안지오텐신(angiotensin)이 일시적으로 작용하면 혈압이뇨곡선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만들지만, 지속적으로 주입되면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높은 혈압이 허용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안지오텐신은 체액량을 보존하고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는 호르몬이다. 그렇다면 안지오텐신을 계속 주입하면 혈압이 계속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series-BPK 앞 강의에서는 “안지오텐신이 혈압이뇨곡선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만들어 혈압을 잘 조절하게 해 준다”고 했다. 기울기가 가팔라지면 혈압 변화 없이도 배설이 따라잡으므로 혈압이 안정되어야 할 것 같다. 이 두 가지 설명이 어떻게 양립하는가?

❷ 일시적 작용과 지속적 주입은 결과가 다르다

안지오텐신의 일시적 작용 — 라면 한 그릇을 먹어 체액량이 잠깐 늘었다고 하자.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안지오텐신이 분비되고, 이것이 혈압이뇨를 촉진한다. 결과적으로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체액량이 빠르게 정상화된다. 체액량이 정상화되면 레닌 분비가 줄고, 안지오텐신도 사라진다. 작용 시간은 1~2분에 불과하다. 이 경우 안지오텐신은 ‘보조 가속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안지오텐신의 지속적 주입 — 외부에서 안지오텐신을 멈추지 않고 계속 주입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안지오텐신이 혈압이뇨를 억제하므로, 체액량이 줄지 않는다. 즉, 몸이 더 많은 체액량을 허용하게 된다.

체액량이 장기적으로 혈압을 결정한다고 했으므로, 체액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더 높은 혈압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혈압이뇨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균형점이 높은 혈압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❸ 혈관 저항 상승은 왜 장기 혈압을 결정하지 않는가

안지오텐신은 혈관 수축을 통해 혈관 저항(vascular resistance)을 높이기도 한다. 혈관 저항이 높아지면 혈압이 오른다. 그렇다면 안지오텐신이 계속 주입되면 혈관 저항을 통한 경로로도 혈압이 오르는 게 아닌가?

이 경로는 단기로 작용하고 끝난다. 혈관 저항이 올라 혈압이 오르면, 그 오른 혈압이 혈압이뇨를 자극해 체액량을 줄이고 혈압을 다시 낮춘다. 혈관 저항은 혈압을 단기적으로 바꿀 수 있지만, 장기 균형점을 이동시키지는 않는다. 장기 균형점은 오직 체액량을 통해서만 이동한다.

안지오텐신이 계속 주입되는 상황에서 혈압이 오르는 근본 경로는 혈관 저항이 아니라 체액량 증가다.

❹ 결국

안지오텐신이 일시적으로 작용하면 기울기가 가팔라지고(혈압 안정화), 지속적으로 존재하면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혈압 상승). 같은 호르몬이라도 얼마나 오래 존재하느냐에 따라 반대 방향의 결과가 나타난다.

이 원리는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이 과다 활성화된 상태, 예를 들어 신혈관성 고혈압(renovascular hypertension)이나 원발성 알도스테론증(primary aldosteronism) 같은 내분비 고혈압을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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