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능 손상은 염분 저류, 레닌-안지오텐신계 활성화, 교감신경 항진, 이차성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조혈호르몬 치료, 요독증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고혈압을 유발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콩팥(kidney)이 나빠지면 고혈압이 생기고, 고혈압이 있으면 콩팥이 나빠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방향이 양쪽으로 작동한다니 혼란스럽다. 그런데 이 악순환이 성립하는 이유, 즉 신기능 손상이 어떤 경로로 혈압을 올리는지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히 “콩팥이 나쁘면 혈압이 오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왜 그렇게 되는지를 아는 것은 다르다.
❷ 신기능 손상이 혈압을 올리는 경로
경로는 여섯 가지다. 가장 핵심부터 설명한다.
1) 염분 저류 — 가장 중요한 기전 콩팥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염분(나트륨)을 소변으로 배설하는 일이다. 신기능이 손상되면 이 배설 능력이 줄어들어 체내에 나트륨이 쌓인다. 나트륨은 물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혈액 용적(volume)이 늘어난다. 같은 혈관에 더 많은 혈액이 들어오면서 혈압이 오른다. 이것이 신기능 손상에서 발생하는 고혈압의 주된 기전이다.
2)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enin-angiotensin system) 활성화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이 시스템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나트륨 재흡수를 촉진하여 혈압을 올린다. 특히 신혈관성(renovascular) 고혈압에서 이 경로가 주된 역할을 한다.
3) 교감신경계 활성화 신기능이 손상되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 반응으로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한다.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심박수와 심박출량이 증가하고, 혈관이 수축하여 혈압이 오른다.
4) 이차성 부갑상선 기능항진증(secondary hyperparathyroidism) 만성 콩팥병(CKD)이 진행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이차성 부갑상선 기능항진증이 동반된다. 부갑상선 호르몬(PTH)이 과다 분비되면 혈중 칼슘이 올라간다. 칼슘은 근육 수축을 유발하는데, 혈관 벽의 평활근도 수축시킨다. 혈관이 좁아지면 저항이 높아져 혈압이 오른다.
5) 에리스로포이에틴(erythropoietin, EPO) 치료 콩팥은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에리스로포이에틴을 분비한다. 신기능이 떨어지면 이 호르몬이 부족해져 빈혈이 생기고, 빈혈을 교정하기 위해 EPO 주사 치료를 받게 된다. EPO를 투여하면 적혈구가 늘어나 혈액 용적이 증가하고, 이 자체가 혈압을 올릴 수 있다.
6) 요독증(uremia)에 의한 혈관 확장 장애 신기능이 낮아지면 소변으로 배출되어야 할 노폐물이 혈중에 쌓이는 요독증이 발생한다. 이 노폐물은 혈관 내피세포가 산화질소(nitric oxide) 등을 통해 혈관을 확장하는 기능을 방해한다. 확장이 줄면 상대적으로 수축 상태가 유지되어 혈압이 오른다.
❸ 그렇기 때문에 신기능 손상 환자의 혈압은 더 철저히 조절해야 한다
이처럼 여러 경로가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신기능 손상 환자의 고혈압은 일반 고혈압보다 치료하기 어렵다. 약제 용량을 더 높여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일반 고혈압에서 잘 쓰지 않는 약을 추가해야 하기도 한다.
혈압 조절 목표도 다르다. 단백뇨를 동반한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는 목표혈압을 130/80 mmHg 미만으로 더 엄격하게 설정한다. 혈압이 콩팥을 직접 손상시키는 악순환을 끊는 것이 그 이유다.
❹ 결국
신기능 손상과 고혈압은 서로를 악화시키는 관계다. 신기능이 떨어지면 물 균형, 호르몬 계통, 신경계, 칼슘 대사까지 여러 조절 시스템이 동시에 무너지면서 혈압이 오른다. 이 때문에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는 혈압 조절이 신기능 보존의 핵심 전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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