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이 짜게 먹어도 혈압이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은, 교감신경계와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이 억제되어 혈압이뇨곡선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혈압이뇨곡선 이론대로라면, 소금을 평소의 3배로 섭취할 경우 혈압이 100에서 150mmHg(평균동맥압)로 올라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한 달 동안 라면만 먹어도 혈압이 그만큼 오르지는 않는다. 이론과 현실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❷ 곡선의 기울기가 바뀌는 이유는 무엇인가

먹장어는 혈압이뇨라는 원시적 체계만 가지고 있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체액량이 늘고, 늘어난 체액량에 따라 혈압이 상당 폭 올라야만 소변 배출이 따라잡는다.

인간은 여기에 두 가지 조절 체계가 더 있다.

  1.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
  2.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enin-angiotensin system)

소금을 많이 먹으면 이 두 시스템의 활성도가 떨어진다. 활성도가 낮아지면 염분과 수분의 배설이 크게 증가한다. 즉, 혈압이 아주 조금만 올라도 엄청난 양의 소변이 나온다. 곡선의 기울기가 훨씬 가팔라지는 것이다.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혈압 변화 없이도 배설이 따라잡을 수 있다. 소금을 6배 더 먹어도 혈압은 몇 mmHg밖에 오르지 않는다.

❸ 이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는 언제인가

두 가지 상황에서 곡선이 먹장어처럼 완만하게 돌아간다.

첫째, 콩팥 손상. 사구체(nephron) 수가 줄면 염분과 수분을 배설하는 절대적 능력이 감소한다. 교감신경계와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이 억제되어도 콩팥이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므로, 혈압이 출렁이는 식염 감수성이 높아진다. 만성콩팥병(CKD) 환자가 짜게 먹으면 쉽게 붓고 혈압이 오르는 이유다.

둘째, 교감신경계 또는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의 과다 활성화. 소금을 많이 먹어도 이 두 시스템이 억제되지 않고 오히려 활성화되어 있으면,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보상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곡선이 먹장어 수준으로 완만해지고, 소금 섭취량에 따라 혈압이 크게 달라진다.

❹ 그렇다면 건강한 사람은 소금을 많이 먹어도 괜찮은가

그렇지 않다. 콩팥은 섭취된 소금을 전량 배설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만성적인 고염분 식이는 콩팥에 반복적인 부담을 주어 사구체 기능을 서서히 떨어뜨린다.

기능이 떨어진 콩팥은 곡선 기울기를 가파르게 유지하는 능력을 잃는다. 한번 완만해진 곡선은 되돌리기 어렵다. 결국 “지금 혈압이 안 오른다”는 사실이 “콩팥에 문제가 없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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