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액은 분비 위치와 역할이 각기 다르며, 십이지장에서 췌장액과 담즙이 합류하는 지점이 소화의 핵심 구간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소화는 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위를 지나 십이지장에 도달한 음식물은 아직 흡수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모두 작은 단위로 쪼개지지 않으면 장 벽으로 흡수되지 못합니다. 소화의 실질은 십이지장에서 일어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췌장과 간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입니다.

❷ 십이지장에서 무슨 소화액이 합류하는가

십이지장(duodenum)에는 두 기관의 분비물이 합류합니다.

**췌장액(pancreatic juice)**은 세 가지 역할을 합니다.

  1. 단백질 분해: 트립신(trypsin), 키모트립신(chymotrypsin)이 단백질 사슬의 내부를 끊고, 카르복시펩티데이스(carboxypeptidase)가 끝부분을 잘라냅니다. 이렇게 아미노산 단위까지 분해해야 흡수가 가능합니다.
  2. 탄수화물 분해: 아밀레이스(amylase)가 다당류(polysaccharide)를 포도당(glucose) 단위까지 쪼갭니다.
  3. 지방 분해: 라이페이스(lipase)가 중성지방을 분해하고, 포스포라이페이스(phospholipase)와 콜레스테롤에스테레이스(cholesterol esterase)가 각각 인지질과 콜레스테롤을 분해합니다.

이 외에도 RNA·DNA를 분해하는 핵산 분해 효소도 포함됩니다. 즉 췌장은 음식물에 들어 있는 거의 모든 영양소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 세트를 공급합니다.

**담즙(bile)**은 간에서 만들어져 십이지장으로 분비됩니다. 담즙의 역할은 소화 효소가 아닙니다. 지방을 유화(emulsification)시켜 지방 알갱이로 쪼개는 것입니다. 지방은 물에 섞이지 않아 그냥 두면 큰 덩어리로 뭉쳐 있습니다. 담즙이 이를 잘게 분산시켜야 지방 분해 효소가 표면에 닿을 수 있습니다.

❸ 췌장의 중탄산염은 왜 함께 분비되는가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은 강산성(pH 23)입니다. 이 산이 십이지장으로 그대로 들어오면 장 점막이 손상되고, 췌장 효소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합니다. 효소는 pH 78 범위에서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췌장의 관세포(ductal cell)는 중탄산염(bicarbonate, HCO₃⁻)을 분비해 위산을 중화시킵니다. 효소는 샘세포(acinar cell)에서, 중탄산염은 관세포에서 분비된다는 점에서 분업이 이루어집니다.

❹ 분비는 언제 일어나는가

췌장 분비는 세 단계로 조절됩니다.

  1. 뇌상(cephalic phase):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미주신경(vagus nerve)이 활성화되어 샘세포에서 효소 분비가 시작됩니다. 미리 준비해 두는 단계입니다.
  2. 위상(gastric phase): 음식물이 실제로 위에 들어오면 국소 반사로 미주신경이 다시 자극되어 효소 분비가 이어집니다.
  3. 장상(intestinal phase): 음식물이 소장에 도달하면 소장 벽세포에서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 CCK)과 세크레틴(secretin)이 분비됩니다. CCK는 샘세포를 자극해 효소 분비를 촉진하고, 세크레틴은 관세포를 자극해 중탄산염 분비를 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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