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담즙에 의한 유화(emulsification)와 췌장 리파제(pancreatic lipase)에 의한 분해, 미셀(micelle) 형태로의 포장을 거쳐야만 장 세포 안으로 흡수될 수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소화 효소가 잘라 내면 작은 단위로 나뉘고, 그것이 장 세포로 흡수됩니다. 그런데 지방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기름은 물에 녹지 않고, 덩어리 상태로는 소화 효소조차 충분히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은 단위 그램당 9kcal로 탄수화물·단백질의 두 배 이상 에너지를 냅니다. 이 고밀도 에너지원을 흡수하기 위해 몸은 꽤 복잡한 과정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❷ 지방이 장 세포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지방(중성지방, triglyceride)은 글리세롤 1개에 지방산 3개가 붙은 구조입니다. 이 덩어리를 그대로 장 세포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큽니다.

흡수에 이르기까지 세 단계가 필요합니다.

  1. 유화(emulsification):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bile)이 지방 덩어리를 잘게 쪼갭니다. 담즙은 일종의 계면활성제 역할을 합니다. 유화가 일어나면 지방 입자의 직경이 1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작아지고, 지방의 총 표면적이 원래보다 약 1,000배 증가합니다. 표면적이 넓어져야 이후 효소가 충분히 작용할 수 있습니다.

  2. 분해(hydrolysis): 췌장에서 분비된 췌장 리파제(pancreatic lipase)가 유화된 지방 입자의 지방산을 잘라냅니다. 중성지방이 2-모노글리세리드(2-monoglyceride)와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으로 분해됩니다. 이렇게 잘린 조각들은 여전히 장 세포에 바로 흡수되기 어렵습니다.

  3. 미셀 형성(micelle formation): 담즙산(bile acid)이 분해된 지방산 조각들, 콜레스테롤, 지용성 비타민(A, D, E, K)을 감싸 미셀이라는 작은 복합체를 만듭니다. 이 포장 상태로 장 세포 표면(brush border)에 전달되면 세포가 받아들입니다.

❸ 장 세포 안으로 들어온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장 세포 안으로 흡수된 지방산과 모노글리세리드는 세포 내에서 다시 중성지방으로 재합성됩니다. 분해는 오직 막을 통과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재합성된 중성지방은 단백질·인지질·콜레스테롤과 결합해 킬로마이크론(chylomicron)이라는 지단백(lipoprotein) 형태로 포장됩니다. 킬로마이크론은 혈관이 아닌 림프관으로 먼저 들어가고, 이후 흉관(thoracic duct)을 통해 혈액으로 합류합니다.

한편 담즙산은 사용 후 회장(ileum) 말단부에서 95~98%가 재흡수되어 간으로 돌아갑니다. 만약 회장을 절제하거나 질환으로 이 구간이 손상되면 담즙산이 재흡수되지 않아 분비성 설사가 생기고, 광범위 절제의 경우 지방 흡수 자체가 저하되어 **지방변(steatorrhea)**이 나타납니다.

❹ 결국

지방의 소화와 흡수는 담즙·췌장·장 세포가 순서대로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입니다. 어느 단계가 빠져도 지방 흡수는 불완전해집니다.

담낭을 제거한 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이 드는 것,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 지방변이 생기는 것, 회장 질환 후 설사가 생기는 것은 모두 이 과정의 특정 단계가 손상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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