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는 여러 기관이 서로 다른 소화액을 분비하면서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각 소화액은 자신이 위치한 구간에서 필요한 역할을 정확히 맡는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소화는 한 곳에서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위에서 시작해서 소장까지 이어지는 경로에서 여러 기관이 각자의 소화액을 분비하고, 그것들이 협력해야 비로소 음식물이 흡수 가능한 상태로 바뀝니다.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소화의 흐름이 어디선가 막히게 됩니다.
❷ 각 구간에서 어떤 소화액이 나오는가
소화관을 따라 분비되는 주요 소화액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십이지장(duodenum)**에서 가장 핵심적인 소화가 일어납니다. 여기로 두 기관의 분비물이 합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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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액(pancreatic juice):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모두 포함합니다. 이 하나로 세 가지 영양소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집니다. 여기에 더해 중탄산염(bicarbonate)도 함께 분비됩니다. 위에서 강산성 상태로 내려온 위산을 중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중화 없이는 십이지장 점막이 손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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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즙(bile): 간에서 만들어져 담낭(gallbladder)에 저장되었다가, 음식물이 십이지장에 도달하면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 CCK)이라는 신호에 의해 분비됩니다. 담즙의 역할은 소화 효소가 아니라 **지방의 유화(emulsification)**입니다. 기름 덩어리를 잘게 쪼개 지방 분해 효소가 닿을 수 있는 면적을 늘리는 것입니다.
**소장(small intestine)**에서는 소장액이 분비됩니다. 점액과 수분·전해질 용액으로 구성됩니다. 점액은 소장 벽을 보호하고, 수분·전해질 용액은 소화된 영양분이 장 벽에 골고루 접촉해 흡수될 수 있도록 내용물을 유동적으로 유지합니다.
**대장(large intestine)**에서는 점액만 분비됩니다. 이 점액은 대장 벽을 보호하고, 잔여물을 뭉쳐 변(feces)을 형성하는 데 관여합니다. 대장에서는 소화가 아니라 수분 흡수와 변 형성이 주된 역할입니다.
❸ 담즙이 재활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담즙을 만드는 것은 간에게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그래서 몸은 담즙을 한 번 쓰고 버리지 않습니다.
소장에서 지방 소화를 마친 담즙산(bile acid)은 소장 말단부인 회장(ileum)에서 95~98%가 재흡수됩니다. 재흡수된 담즙산은 간으로 돌아가 다시 담즙 생산에 활용됩니다. 이 순환을 장간 순환(enterohepatic circulation)이라고 합니다.
이 재흡수 구간에 병이 생겨 절제 수술을 받으면, 담즙산이 회수되지 않은 채 대장으로 넘어갑니다. 담즙산이 대장을 자극해 분비성 설사(secretory diarrhea)를 일으킵니다. 회장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경우에는 지방 소화 자체가 불완전해져 지방변(steatorrhea)이 생기기도 합니다.
❹ 결국 소화는 협력의 결과다
소화는 단일 기관의 작업이 아닙니다. 췌장이 소화 효소를 만들고, 간이 담즙을 공급하고, 소장이 흡수 환경을 유지하고, 대장이 잔여물을 처리합니다. 이 흐름의 어느 단계에서든 문제가 생기면 소화 불량이나 흡수 장애가 생깁니다.
소화 관련 증상이 지속된다면 어느 구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진단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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