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와 고혈압은 진단 기준이 명확하고, 치료법이 있으며, 선택지가 많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성립하는 병은 생각보다 드물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당뇨나 고혈압이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당장 아무 증상이 없다. 약을 꼭 먹어야 할까? 인정하기도 싫고, 평생 약을 먹는다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매우 흔하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병이 다른 병들과 비교했을 때 사실 꽤 유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❷ 당뇨·고혈압이 다른 병들과 어떻게 다른가

치료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이 있다. 병인지 아닌지가 명확해야 하고, 치료법이 있어야 하고, 그 치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당뇨와 고혈압은 이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1. 진단 기준이 명확하다. 복통이나 흉통처럼 검사를 다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당뇨와 고혈압은 수치가 기준을 넘으면 진단이 확정된다. 병인지 아닌지 두루뭉실한 상태보다, 명확히 아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 다음 단계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2. 치료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심부전, COPD, 간경화 같은 질환은 치료를 해도 서서히 진행하며,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목표다. 반면 당뇨와 고혈압은 꾸준히 치료하면 합병증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수명 차이를 거의 없앨 수 있다.

  3. 선택지가 많다. 결핵약은 1차, 2차 약 외에 선택지가 거의 없고, 항암제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혈압약과 당뇨약은 종류가 매우 많아서, 한 약이 맞지 않으면 다른 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유연성을 가진 치료 체계는 드물다.

❸ 그렇다면 왜 치료를 안 하게 되는가

크게 세 가지 패턴이 있다.

  1. 인정하지 않는 경우: 병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니 치료할 이유가 없어진다.
  2. 인정하지만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우: 현대 의학 외의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 시간이 지나도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3. 인정하고 치료받는 경우: 이 단계에서야 비로소 세부 조절이 가능해진다.

의사가 개입할 수 있는 것은 3번째 단계에서뿐이다. 1번이나 2번에서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대화 자체가 이어지기 어렵다.

❹ 결국

당뇨와 고혈압은 지금 당장 아무 느낌이 없어도 혈관에 손상이 조용히 누적된다. 그 결과는 수십 년 후에야 심장, 뇌, 신장에 나타난다. 진단이 명확하고, 치료법이 있고, 선택지도 많다. 이만한 조건을 갖춘 병에서 치료를 미루는 것은 이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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