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이 성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치료되지 않은 당뇨병 자체가 혈관과 신경을 손상시켜 성기능 저하를 일으킨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당뇨 진단 후 약을 먹기 시작하고 나서 정력이 떨어졌다는 경험을 하는 분들이 있다. 시간 순서상 약이 원인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 약이 문제일까.
❷ 실제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성기능 저하는 크게 발기력과 성욕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발기는 성적 자극이 부교감신경을 통해 음경 동맥에 전달되고, 동맥이 확장(vasodilation)되면서 해면체에 혈액이 채워질 때 일어난다. 혈액이 들어오면 해면체 조직이 팽창하면서 인접한 정맥을 눌러 혈액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경과 혈관이 모두 온전해야 한다.
당뇨병이 위험한 근본 이유는 1) 신경 손상, 2) 혈관 손상 두 가지다. 신경이 손상되면 자극 전달이 끊기고, 혈관이 손상되면 확장 반응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 즉 발기부전은 당뇨병의 합병증이지, 약의 부작용이 아니다.
성욕 감퇴도 당뇨병이 직접 관여한다. 1)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감소 — 당뇨 환자에서 흔하다. 2) 만성 고혈당으로 인한 피로·무기력 등 전신 컨디션 저하. 3) 발기부전 이후 생기는 자신감 상실과 우울감. 4) 저혈당 반복이나 인슐린 주사 등 치료 과정 자체의 심리적 압박. 이 네 가지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성욕을 떨어뜨린다.
❸ 약을 잘 쓸수록 성기능이 오히려 나아지는 이유
만약 당뇨약이 원인이라면, 약을 써서 혈당이 잘 조절될수록 성기능 저하가 심해져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다.
혈당이 잘 조절되면 혈관 손상이 예방 또는 지연되고, 신경 손상도 진행이 늦어진다. 만성 고혈당에서 비롯된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와 염증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신체 컨디션도 개선된다. 이미 나빠진 경우에도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❹ 결국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시간 순서를 원인과 결과로 혼동하기 때문이다. 당뇨약을 시작한 시점과 성기능이 나빠진 시점이 겹친 것일 뿐, 실제 원인은 그동안 조절되지 않은 당뇨병의 진행이다.
일부는 함께 복용하는 혈압약이나 항우울제 등 다른 약의 부작용을 당뇨약 탓으로 혼동하기도 한다. 그 경우에는 담당 의사와 약제별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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