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에서 자가 항체가 있으면서도 인슐린 없이 수년을 버티는 당뇨병이 있다. 1형과 2형의 경계에 걸친 이 상태를 성인 자가 면역 당뇨병(ADA)이라고 부른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40대에 당뇨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2형이라고 생각한다. 1형은 청소년기에 오는 병이니까. 그런데 만약 자가 항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다면? 자가 항체가 있으면 1형이고, 1형이면 지금 당장 인슐린이 필요할 텐데 — 이 환자는 약만 먹어도 혈당이 잘 잡힌다. 칼로 자르듯 나뉘지 않는 당뇨가 있다는 뜻이다.
❷ 이 당뇨는 1형과 어떻게 다른가
1형 당뇨는 자가 면역 반응이 빠르고 강하게 췌장 베타세포를 파괴한다. 그래서 진단 직후부터 인슐린이 없으면 생존이 어렵다.
성인 자가 면역 당뇨병(ADA, Autoimmune Diabetes in Adults)은 자가 항체가 있다는 점에서 기전은 1형과 같다. 그런데 이 파괴 과정이 느리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진행이 정체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진단 당시에는 베타세포 기능이 충분히 남아 있어서 경구약만으로도 혈당이 조절된다.
이런 이유로 오랫동안 “잠복성 자가 면역 당뇨병(LADA, Latent Autoimmune Diabetes in Adults)“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진행이 멈춘 게 아니라 단지 느릴 뿐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잠복’이라는 단어를 빼고 ADA로 부르자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❸ 어떤 경우에 의심하는가
모든 성인 당뇨에서 자가 항체를 검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음 세 가지 조건이 겹칠 때 ADA를 의심한다.
- GAD 항체(Glutamic Acid Decarboxylase antibody) 등 자가 항체가 하나 이상 양성
- 진단 당시 나이 35세 이상
- 진단 후 6개월 동안 인슐린 치료 없이도 혈당이 유지됨
세 번째 조건이 중요하다. 진단 직후부터 인슐린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그냥 1형이다. 6개월을 인슐린 없이 넘길 수 있다는 것이 ADA를 1형과 구분하는 핵심 근거다.
우리나라 가이드라인은 현재 ADA를 1형 당뇨의 특수한 형태로 분류한다. 2형과 구분하는 기준은 나이(35세 이상) 하나뿐이어서, 두 가지 중 하나를 굳이 고른다면 1형에 더 가깝다.
❹ 결국
1형과 2형은 각각 독립된 병이 아니라 자가 면역의 강도와 속도에 따라 펼쳐지는 연속선일 수 있다. ADA는 그 중간 어딘가에 놓인다. 처음에 2형으로 진단되었더라도 경구약으로 혈당이 잘 안 잡히면서 체중이 마른 편이라면, 자가 항체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병이 진행하면서 결국 인슐린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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