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진료지침은 혈당 조절 중심에서 환자 중심, 그리고 장기 합병증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변화해 왔으며, 현재는 혈당 조절·심신장 보호(cardiorenal protection)·체중 조절·심혈관 위험인자 관리의 네 축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수렴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당뇨를 치료할 때 당화혈색소(HbA1c)만 낮추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왜 진료 현장에서 같은 당화혈색소 수치임에도 환자마다 다른 약을 쓰는지 납득이 안 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이 단순히 업데이트된 것이 아니라 치료의 목적 자체가 재정의된 것이다.
❷ 가이드라인은 어떤 순서로 변화해 왔는가?
1단계 — 혈당 중심(glucose-centric) 접근
초기 진료지침은 단순했다. 혈당이 높으면 안 좋으니까 혈당을 낮추자는 것이 전부였다. 당화혈색소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곧 좋은 치료로 여겨졌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이후 연구들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고령이거나 당뇨 유병 기간이 긴 환자에게 혈당을 너무 엄격하게 조절하면 일부에서 조기 사망이 증가했다. 당화혈색소를 낮추는 데 성공했는데 환자가 더 나빠진 것이다. 혈당을 낮추는 것이 목적인데, 그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또한 장기간 당뇨를 앓은 환자에서 뒤늦게 혈당을 엄격히 조절하면 미세혈관 합병증(microvascular complication) — 망막병증(retinopathy) 등 — 에는 이득이 있었지만, 심장병·뇌졸중 같은 대혈관 합병증(macrovascular complication)에서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2단계 — 환자 중심(patient-centric) 접근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를 개별적으로 보자는 방향이 제시됐다. 유병 기간, 나이, 저혈당 위험도, 동반질환에 따라 목표 당화혈색소를 개별화하자는 것이다. 저혈당 한 번은 뇌와 심장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3단계 — 장기 합병증 중심(organ complication-oriented) 접근
이 시기에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2008년 아반디아(Avandia, 성분명 로지글리타존rosiglitazone) 사건이다. 메타 분석 결과 이 약이 심혈관계 사망률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미국 FDA는 이후 모든 당뇨약 신규 허가 시 심혈관 안전성 입증을 요구하게 됐다.
이에 따라 DPP-4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SGLT2 억제제 등 새로 개발된 약들은 모두 대규모 심혈관 안전성 임상시험(cardiovascular outcomes trial, CVOT)을 거쳤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안전성을 확인하려고 한 연구에서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심혈관 사망률과 신부전 진행을 줄인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후 SGLT2 억제제는 신부전의 1차 치료제로 가이드라인에 진입했다.
❸ 현재 가이드라인의 네 축은 무엇인가?
앞선 변화를 거쳐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네 가지를 동시에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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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조절(glucose control): 여전히 중요하지만 다른 세 축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목표 당화혈색소는 환자마다 개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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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장 보호(cardiorenal protection): 죽상경화 심혈관 질환(atherosclerotic cardiovascular disease, ASCVD)이나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이 있는 경우,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된 약제(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를 당화혈색소 수치와 무관하게 우선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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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조절(weight control): 비만이 당뇨 진행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데, 이제 GLP-1 수용체 작용제처럼 체중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약이 나왔다. 체중 관리가 ‘알아서 하라’는 말 대신 처방의 한 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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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위험인자 관리(cardiovascular risk factor management):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항혈소판제 사용 등 당뇨 자체 이외의 요소들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일부로 명시됐다.
❹ 결국 무엇이 달라졌는가?
당뇨 치료의 목적이 ‘혈당 숫자를 낮추는 것’에서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재정의됐다. 이 관점의 전환이 가이드라인을 바꿨고, 약의 선택 기준도 바꿨다.
실제 진료에서 이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혈당이 얼마나 높든 낮든 관계없이 심신장 보호 효과가 입증된 약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현재 기준이라는 점이다. 혈당 조절 이전에 질환의 예후를 바꾸는 약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지금의 접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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