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진료지침은 항목 하나하나가 임상 근거와 연결되어 있으며, 동반질환 유무가 약 선택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분기점이 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가이드라인을 읽으면 항목들이 당연한 말처럼 보인다. ‘생활습관 교정을 교육한다’, ‘목표 당화혈색소를 개별화한다’, ‘조기 병용요법을 고려한다’. 하지만 왜 그 항목이 거기 있는지, 어떤 근거로 그 순서가 정해졌는지를 알아야 실제 진료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❷ 가이드라인의 흐름을 결정하는 두 분기점은 무엇인가?
분기점 1 — 심각한 고혈당과 증상이 있는가?
당뇨 진단 시점에 고혈당으로 인한 증상(다뇨, 다음, 체중 감소)이 있고 혈당이 매우 높다면, 경구약을 시도하지 않고 바로 인슐린을 시작한다. 이 경우는 진단과 치료가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현실적으로 이 권고를 환자에게 수용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 진단받은 날 바로 인슐린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저항감이 크다. 그럼에도 설득을 지속해야 한다.
분기점 2 — 동반질환이 있는가?
이것이 현재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다음 세 가지 동반질환이 있으면 혈당 수치와 무관하게 해당 약제를 우선 사용한다.
- 죽상경화 심혈관 질환(ASCVD): 관상동맥 질환, 뇌혈관 질환, 말초혈관 질환 등 죽상경화로 인한 주요 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 GLP-1 수용체 작용제 또는 SGLT2 억제제를 우선한다.
- 심부전(heart failure): EF(박출률) 수치와 무관하게 — HFrEF(박출률 감소 심부전)이든 HFpEF(박출률 보존 심부전)이든 — SGLT2 억제제를 우선한다.
-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 eGFR < 60 mL/min/1.73m² 또는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UACR) ≥ 30 mg/g인 경우. SGLT2 억제제를 우선 사용하며, 당화혈색소 수치와 무관하게 사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당화혈색소 수치와 무관하게’라는 표현이 핵심이다. 당뇨 가이드라인에 혈당 수치와 무관하게 약을 쓰라는 항목이 있다는 것은, 그 약의 역할이 혈당 조절을 넘어섰다는 선언이다.
❸ 동반질환이 없을 때 약은 어떻게 선택하는가?
동반질환이 없고 혈당 조절이 주된 목표라면 메트포르민(metformin)이 1차 치료제로 권고된다. 우리나라 급여 기준도 이에 맞춰져 있다. 메트포르민은 1975년부터 사용된 오래된 약이지만, 부작용이 적고(저혈당 없음), 효과가 안정적이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메트포르민 단독으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약을 추가한다. **조기 병용요법(early combination therapy)**을 지침에서 적극 권장하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 연구에 기반한다.
- UKPDS 연구의 legacy effect: 초기에 혈당을 잘 조절한 그룹은 나중에 조절을 잘못한 그룹과 비교했을 때 장기적으로 합병증 위험이 낮았다. 일찍 높았던 혈당은 체내에 기록으로 남아 나중에 감내해야 할 부담이 된다.
- VERIFY 연구: 메트포르민 단독에 비해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 병용을 초기에 시작한 그룹에서 초기 치료 실패 위험이 약 50% 낮았다. 한국인 서브그룹에서는 약 78% 감소로 더욱 두드러진 결과가 나왔다.
약제를 추가할 때 경구약 중 어느 것이 효과가 더 강한지는 혈당 강하 효과, 저혈당 위험도, 체중 변화의 세 지표로 비교할 수 있다.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세 지표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프로파일을 보인다.
그렇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급여 기준이 결정한다
어떤 약 조합이 허용되는지는 급여 기준표에 따라 달라진다. 급여 기준은 매년 개정되므로 실제 처방 시 최신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최선인 조합이 급여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❹ 그래서 처음 당뇨 환자를 볼 때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가?
- 심각한 고혈당 증상이 있는지 — 있으면 인슐린으로 즉시 시작
- 죽상경화 심혈관 질환, 심부전, 만성콩팥병 중 하나라도 있는지 — 있으면 해당 동반질환에 이득이 입증된 약을 혈당 수치와 무관하게 우선
- 위 둘 다 해당하지 않으면 목표 당화혈색소를 개별화하고 메트포르민으로 시작, 필요 시 조기 병용을 적극 고려
주사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인슐린보다 GLP-1 수용체 작용제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현재 권고이다. 두 가지를 병용하다가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인슐린 집중 요법으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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