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은 하루 180 L를 여과하면서도 소변량을 1.5 L로 유지한다. 이 정밀함은 사구체와 세관이 두 가지 내부 기전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동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신장은 하루에 혈액을 약 180 L나 여과한다. 그런데 실제 소변으로 나가는 양은 1.5 L 남짓이다. 나머지 178.5 L는 세관에서 재흡수된다. 만약 여과량이 5%만 늘어도, 재흡수가 그대로라면 소변량은 10 L를 넘어선다. 이런 일이 실제로는 왜 일어나지 않는가.
❷ 사구체와 세관은 어떻게 서로 보조를 맞추는가
세포외액량(ECF volume)의 핵심 공식은 섭취 − 배설 = 0이다. 배설량은 사구체 여과량에서 세관 재흡수량을 뺀 값이다. 이 둘이 독립적으로 변하면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신장은 두 가지 내부 기전으로 이 둘을 단단히 묶어 둔다.
기전 1 — 사구체-세관 균형(glomerulotubular balance) 사구체 여과율(GFR)이 증가하면, 근위세관(proximal tubule)에서 재흡수하는 분율도 자동으로 증가한다. 여과량이 늘면 재흡수량도 그에 비례해 늘어나므로, 최종 배설량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여과량의 약 65%는 이 방식으로 재흡수 분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기전 2 — 세관-사구체 되먹임(tubuloglomerular feedback, macula densa feedback) GFR이 늘면 세관을 따라 흘러내려가는 소듐(sodium)의 양이 증가한다. 이 소듐이 원위세관(distal tubule) 입구의 치밀반(macula densa)에 도달하면, 치밀반이 수입 세동맥(afferent arteriole)을 수축시킨다. 수입 세동맥이 좁아지면 사구체 내 압력이 떨어지고 GFR이 감소한다. 즉 “너무 많이 오면 입구를 좁혀라” 는 음성 되먹임이다.
❸ 그런데 이 내부 조절만으로 충분한가
두 기전이 함께 작동하면 상당한 완충 능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 내부 조절은 완전하지 않다. 섭취량이 크게 달라지거나 신체적 부하가 커지면, 내부 기전만으로 배설 = 섭취를 맞추기 어렵다.
이 경우 신장은 외부 도움을 요청한다. 혈압, 호르몬(안지오텐신 II, 알도스테론), 자율신경계가 여기에 개입한다. 그러나 이 도움은 공짜가 아니다. 혈압을 올리거나 호르몬을 분비하는 데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
❹ 결국
신장의 내부 조절 기전은 일상적인 변동을 조용히 흡수한다. 이 두 기전이 무너지거나 부하가 한계를 넘으면, 전신 시스템이 가동된다. 그 전신 조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다음 카드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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