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판막에는 자유의지가 없다.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압력 차에 의해 수동적으로 결정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심장 판막이 “열린다”, “닫힌다”는 표현을 들으면 마치 판막 스스로 때를 맞춰 작동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판막은 근육이 아니다. 판막에는 스스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능동적 수축 기능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심장 박동에 맞춰 이렇게 정확하게 작동하는 것인가.

❷ 판막은 압력 차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인다

판막은 혈압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혈액이 밀릴 때 열리고, 역류 방향으로 혈액이 가려 할 때 닫힌다.

좌심실(LV)을 기준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 승모판막(mitral valve): 이완기에 좌심방(LA) 압력이 좌심실보다 높으면 혈액이 LA→LV로 흐르며 판막이 열린다. 수축기가 시작되어 LV 압력이 LA를 넘어서는 순간 역류 방향이 되고 판막이 닫힌다.
  • 대동맥판막(aortic valve): LV 압력이 수축하며 올라가다가 대동맥 압력을 넘어서는 순간 판막이 열리고 혈액이 밀려 나간다. 수축기가 끝나 LV 압력이 떨어지면 대동맥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혈액이 역류 방향이 되고 판막이 닫힌다.

판막은 정상적인 혈류 방향에서는 열리고, 역류 방향에서는 닫힌다. 이것이 전부다. 판막이 타이밍을 맞춰 닫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압력 차의 역전 시점이 곧 그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❸ 방실판막과 반달판막(semilunar valve)의 구조적 차이

판막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방실판막(atrioventricular valve) — 심방과 심실 사이에 있다. 좌측에는 승모판막(mitral valve, 2첨판), 우측에는 삼첨판(tricuspid valve, 3첨판)이 있다. 방실판막은 얇고 부드러우며, 심실이 수축할 때 높은 압력에 의해 역방향으로 부풀어 오르지 않도록 **건삭(chordae tendineae)**이라는 끈이 잡아준다. 건삭의 다른 쪽 끝은 **유두근(papillary muscle)**이라는 심실 내 근육에 붙어 있다.

심근경색으로 유두근이 마비되거나 건삭이 끊어지면 판막을 잡아줄 수 없어, 수축기에 판막이 좌심방 쪽으로 뒤집혀 열린다. 이렇게 되면 수축기에 혈액이 대동맥이 아닌 좌심방으로 쏟아져 들어가며, 급성 중증 MR(승모판막 역류)이 발생한다. 이때 청진하면 수축기에 매우 큰 심잡음이 들린다.

반달판막(semilunar valve) — 심실과 대혈관 사이에 있다. 좌측에는 대동맥판막, 우측에는 폐동맥판막이 있다. 반달판막은 건삭이 없다. 대신 구조 자체가 단단하게 설계되어 높은 압력에도 견딜 수 있다. 이완기에 대동맥 압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역류 없이 닫혀 있어야 하므로 방실판막보다 강하게 닫힌다.

반달판막이 단단하다는 것은 기계적 마모가 더 잘 일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통과 구멍이 상대적으로 좁아, 혈액이 이 사이를 통과할 때 속도가 빨라진다. 이 빠른 속도를 만들기 위해 심장이 추가적인 일(kinetic energy work)을 해야 하므로, 대동맥판막 협착증(AS)에서 심장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❹ 결국

판막의 열림과 닫힘은 압력 차에 의해 수동적으로 결정된다. 판막 질환을 이해할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어느 시점에 어느 방향의 압력 차가 생기는지를 따지면, 판막이 언제 어떻게 잘못 열리거나 닫히는지가 저절로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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