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은 초기 손상 이후 보상기전에 의해 수개월에서 수년간 증상 없이 진행하다가, 급성 악화(acute decompensation)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나빠지거나 심실 부정맥으로 갑자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심부전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당장은 아무 불편함이 없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지금 괜찮은 것일까, 아니면 이미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심부전의 자연경과를 알면, 증상이 없는 시기가 단순히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❷ 심부전은 어떤 경로로 진행하는가

심부전은 인덱스 이벤트(index event)—심근경색, 지속된 고혈압, 유전적 심근병증 등—로 심장이 한 차례 손상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이때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몸은 교감신경계와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을 활성화해 심박출량을 유지하려 한다. 이 보상기전 덕분에 환자는 수개월에서 수년간 증상 없이 지낼 수 있다.

그러나 보상기전이 장기간 지속되면 심실 리모델링(ventricular remodeling)—구조적 변형—이 진행되고, 이 변화는 되돌리기 어렵다. 심부전이 스스로 회복되지 않고 점점 나빠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스테이지 A·B(위험인자·구조적 이상만 있고 증상 없음)에서 C(증상 동반)로 가는 경과는 이렇게 구성된다.

급성 악화(acute decompensation heart failure)

만성 경과 중 어느 시점에, 감염·부정맥·고혈압 급등·빈혈 등이 계기가 되어 심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급성 심부전 악화(acute decompensated heart failure, ADHF)라 한다. 이 시점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치료가 성공해도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이전보다 낮은 기저 수준에서 안정되는 경우가 많다.

급사(sudden cardiac death)

또 다른 경로는 심실 부정맥—심실빈맥(ventricular tachycardia) 또는 심실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에 의한 급사다. 이 경로는 점진적 악화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이 위험이 충분히 높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는 체내 삽입형 제세동기(ICD, implantable cardioverter-defibrillator)를 삽입하는 예방적 치료를 고려한다.

❸ 심부전의 증상은 어디서 오는가

심부전의 증상은 두 가지 방향에서 온다. 하나는 앞으로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는 것(forward failure), 다른 하나는 뒤로 피가 정체되는 것(backward failure)이다.

호흡곤란이 가장 핵심 증상이다. 좌심 기능이 떨어지면 폐정맥 압력이 올라 폐울혈이 생기고, 그 결과 숨이 차게 된다. 양상은 다양하다.

  • 기좌호흡(orthopnea): 누우면 숨이 차서 좌위(座位)를 취해야 편해짐
  • 발작성 야간 호흡곤란(PND, paroxysmal nocturnal dyspnea): 잠든 후 1~2시간 내 갑자기 숨이 차서 깨어남
  • 벤드 호흡(bendopnea): 허리를 숙일 때 숨이 차는 것

피로감은 심박출량 감소로 전신 순환이 줄어들어 나타난다. 식욕부진·복부팽만은 우심 기능 저하로 장과 간에 울혈이 생길 때 동반된다.

특이적 징후

  • 경정맥압(JVP, jugular venous pressure) 상승: 우심 기능 부전을 반영
  • 간경정맥 역류(hepatojugular reflux): 복부를 압박할 때 경정맥이 확장되는 소견. 우심 기능 부전을 시사
  • 제3심음(S3 gallop): 좌심방 압력이 크게 높아져 이완 초기 혈액이 급속히 유입될 때 발생
  • 심첨박동 좌방 전위: 심장이 커지면서 심첨이 정상보다 외측으로 이동한 소견

❹ 결국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심부전의 자연경과는 증상 없는 진행 → 증상 동반 → 급성 악화 반복 → 스테이지 D의 방향으로 진행하며, 도중에 급사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증상이 없다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보상기전이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리모델링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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