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에게 저혈당이 드문 이유는 촘촘하게 구성된 방어기전 덕분이며, 당뇨 환자에서는 이 기전이 단계적으로 무너진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당뇨 환자에게는 저혈당이 위험한 부작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상인은 왜 저혈당이 잘 생기지 않을까. 단순히 혈당이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혈당이 떨어지면 이를 되돌리는 기전이 여러 단계에 걸쳐 작동하기 때문이다. 뇌는 포도당을 저장하지도, 스스로 만들지도 못하기 때문에 이 방어 체계는 진화적으로 매우 촘촘하게 발달해 왔다.

❷ 정상인에서 저혈당을 막는 기전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저혈당(hypoglycemia), 즉 혈중 포도당이 떨어지면 다음 순서로 기전이 발동한다.

  1. 혈당이 80~85 mg/dL 아래로 떨어지면 가장 먼저 인슐린(insulin) 분비가 감소한다. 인슐린이 줄면 간에서 글리코겐(glycogen)이 분해되어 포도당이 만들어지고, 젖산·아미노산·글리세롤 같은 다른 원료에서 포도당을 합성하는 당신생(gluconeogenesis)도 증가한다. 인슐린 감소가 전체 방어 기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2. 혈당이 65~70 mg/dL까지 떨어지면 췌장(pancreas)의 알파세포에서 글루카곤(glucagon) 분비가 증가한다. 글루카곤은 인슐린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간에서 포도당 생산을 더욱 촉진한다.

  3. 같은 혈당 범위에서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가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부신(adrenal gland)에서 에피네프린(epinephrine)이 분비되어 간의 포도당 생산을 증가시키고,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과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에 의해 두근거림·떨림·발한·공복감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이 음식 섭취를 유도한다.

  4. 수 시간 후에는 코르티솔(cortisol)과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이 추가로 작용하여 간의 포도당 생산을 지속시킨다.

❸ 당뇨 환자에서는 이 기전이 어떻게 무너지는가

제1형 당뇨 또는 오래된 제2형 당뇨 환자는 인슐린 분비 능력이 고갈된 상태다. 혈당이 떨어져도 인슐린이 원래 없었으므로, 1번 기전인 인슐린 감소 반응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방어선이 처음부터 없는 것이다.

이어서 글루카곤 증가 반응도 소실된다. 교감신경계 활성화 반응은 당뇨에 동반되는 자율신경병증(autonomic neuropathy)으로 인해 둔화된다. 이렇게 되면 저혈당이 와도 경고 증상을 잘 감지하지 못하므로 음식 섭취가 늦어지고, 생리적 포도당 생성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방어 기전이 하나씩 무너지면서 저혈당이 쉽게 심해지고, 증상도 뒤늦게 나타난다.

❹ 결국

저혈당에 대한 정상인의 방어력이 강한 이유는 기전이 여러 단계에 걸쳐 겹쳐 있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에서 저혈당이 위험한 이유는 이 겹침이 단계적으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글루카곤·에피네프린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당뇨와 간질환이 함께 있을 때 혈당 조절이 더욱 어려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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