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아세트아미노펜, NSAID, 항생제는 각기 다른 경로로 심각한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감기에 걸려 동네 병원을 찾았을 때 처방받는 진통제나 소염제. 건강한 사람에게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 약들이지만, 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평소에 무심코 먹던 타이레놀 한 알이 어떤 경로로 간을 손상시키는지, 간환자에서 콩팥 기능까지 함께 무너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스스로 약을 고를 수 있다.

❷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는 어떻게 간질환 환자를 위험하게 만드는가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은 간에서 대사될 때 NAPQI라는 중간 물질을 만들어낸다. NAPQI는 간세포 단백질을 변성시키고,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는 글루타티온(glutathione)을 고갈시킨다. 결국 간세포가 산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멸사(apoptosis)에 이른다. 건강한 사람은 소량에서 큰 문제가 없지만, 알코올을 함께 섭취하면 독성 물질 생성을 촉진하는 효소가 활성화되어 독성이 크게 증폭된다. 간 기능이 이미 저하된 환자는 이 여유가 훨씬 적다.

NSAID(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다른 경로로 문제를 일으킨다. 콩팥 혈류를 유지하는 데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NSAID는 이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하므로, 간질환 환자에서 신부전(renal failure)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 기능과 콩팥 기능이 동시에 저하되면 임상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된다. 간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병원에서 일반 감기약을 처방받는 경우 이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다른 병원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간 기능 저하 사실을 먼저 알려야 한다.

❸ 항생제는 왜 간질환 환자에서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가

항생제는 계열에 따라 독성의 성격이 다르다.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aminoglycoside)는 신 독성(nephrotoxicity)이 있어 콩팥 기능을 손상시킨다. 베타락탐(beta-lactam) 계열은 호중구 감소증(neutropenia)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백혈구 중 하나가 감소하는 것으로 감염에 더 취약해지게 만든다. 간질환 환자는 특정 항생제에 대해 독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감염내과 전문의의 판단이 중요하다.

❹ 그래서

간질환 환자에서 약물 사용의 일반 원칙은 세 가지다.

  1. 반드시 필요한 약만 사용한다. 불필요한 약은 정리한다.
  2. 가능하면 간보다 콩팥으로 배설되는 약을 선택한다.
  3. 사용하는 약의 잠재적 부작용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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