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에서 혈관 내피의 방어막인 glycocalyx가 손상되면 염증세포의 혈관 외 침투가 급증하고, 이것이 미세순환 장애와 조직 손상을 증폭시키는 핵심 기전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패혈증에서 장기가 손상되는 이유를 세균 독소나 염증 사이토카인 탓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혈관 내피 표면에 있는 아주 얇은 층 하나가 무너지면서 손상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면, 그 층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❷ Glycocalyx란 무엇이고, 패혈증에서 왜 중요한가
혈관 안쪽을 덮고 있는 내피세포(endothelial cell) 표면에는 솜털처럼 생긴 층이 달려있다. 이것이 glycocalyx다. 당(sugar)과 당단백(glycoprotein)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혈액과 내피 사이의 경계에 위치한다.
정상 상태에서 glycocalyx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혈액 중의 염증세포나 유해 물질이 내피 쪽으로 접근하면 밀어낸다. 이 방어막 덕분에 염증세포가 혈관 밖으로 함부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패혈증이 되면 glycocalyx가 얇아지고 기능이 떨어진다. 이제 염증세포가 내피 표면을 따라 굴러다니기 시작한다(rolling). 굴러다니다가 내피에 발현된 접착 분자(adhesion molecule)에 붙게 되고(adhesion), 그 다음에는 혈관 밖으로 이동한다(migration). 이 세 단계를 통해 염증세포가 조직 안으로 침투한다.
❸ 손상이 스스로 증폭되는 이유
침투한 염증세포는 조직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조직 파괴가 일어나면 glycocalyx는 더 손상된다. Glycocalyx가 더 손상되면 다음 염증세포의 침투가 더 쉬워진다.
이 순환이 반복되면서 혈관 투과도(vascular permeability)가 올라간다. 투과도가 올라가면:
- 염증세포가 더 많이 조직으로 들어가 조직 파괴와 염증이 심해진다
- 부종(edema)이 생겨 주변 혈관을 압박한다
- 혈관이 눌리면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방해받는다
이 과정이 결국 미세순환 장애(microcirculatory dysfunction)로 이어진다. 미세순환 장애는 신장을 포함한 여러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핵심 경로 중 하나다.
❹ 결국
패혈증에서 장기 손상은 세균 자체의 직접 공격보다, 무너진 glycocalyx를 통해 염증이 조직 안으로 대거 침투하면서 생기는 구조적 붕괴에 가깝다. 이 방어막이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손상이 스스로 증폭되는 구조를 갖기 때문에, 패혈증은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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