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에서 감염이 종료된 이후에도 조직 재건이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콩팥은 섬유화를 거쳐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패혈증은 균을 죽이면 끝나는 싸움으로 보인다. 항생제로 균을 박멸했다면, 그 이후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회복 아닐까? 하지만 패혈증 이후 만성 콩팥병(CKD)으로 진행하는 환자들이 있다. 균은 이미 사라졌는데, 콩팥은 왜 계속 나빠지는가.
❷ 전쟁 이후 몸은 어떻게 재건하는가
패혈증은 전신 염증이 몸을 쓸고 지나가는 사건이다. 적을 죽이는 과정에서 우리 몸도 곳곳이 파괴된다. 균 박멸이 완료된 이후에는 세 가지 재건 과정이 이루어진다.
- 상피세포 재건: 손상된 상피세포는 역분화(dedifferentiation)를 통해 다시 세포분열 능력을 획득하고, 빈 자리를 채운다.
- 대식세포 전환: 전투 중 M1 표현형으로 활성화되었던 대식세포가 M2 표현형으로 전환되면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복구 작업을 돕는다.
- 혈관 주위 세포(pericyte) 재배치: 혈관 외벽에 달라붙어 혈관 기능을 유지하던 주위 세포(pericyte)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세 과정이 순서와 균형을 맞춰 진행되면 콩팥은 원래 기능을 회복한다.
❸ 재건이 잘못되면 콩팥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가
재건이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태를 maladaptive repair(부적응성 회복)라고 한다.
대식세포가 M2로 전환되지 못하고 M1 상태로 지속되면, 균이 사라진 이후에도 주변 정상 조직을 계속 손상시킨다. 상피세포의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뚫린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장벽 기능이 무너진다. pericyte가 혈관에서 이탈하거나 과도한 콜라겐을 침착시키면, 혈관 구조 자체가 망가진다.
콩팥에서 이 과정이 일어나면 다음 변화가 나타난다:
- 콩팥 조직의 섬유화(fibrosis) — 조직이 딱딱해짐
- 세뇨관 소실 — 오줌을 만들어 내려보내는 통로가 없어짐
- 혈관 희소화 — 콩팥 내 혈관 수가 줄어듦
- 사구체 경화증(glomerulosclerosis) — 여과 단위 자체가 굳어버림
구조가 이렇게 망가지면 회복은 불가능하다.
❹ 결국
패혈증은 감염 자체뿐 아니라 회복 과정의 품질이 결과를 결정한다. 균이 죽었다고 끝이 아니다. 회복기의 재건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콩팥은 단 한 번의 패혈증만으로도 만성 콩팥병으로 영구 전환될 수 있다. 패혈증 이후 콩팥 기능 추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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