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LT2 억제제는 독성 때문이 아니라 사구체 여과율(GFR)이 낮은 상태에서는 약리 기전 자체가 작동하지 않아 효과가 없어서 사용을 제한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심혈관 보호, 체중 감소, 혈당 조절, 콩팥 보호까지 효과가 있다는 약을 콩팥이 나쁜 환자에게 오히려 쓰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처럼 보인다. 독성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❷ SGLT2 억제제가 작동하려면 사구체 여과가 충분해야 한다

SGLT2 억제제의 작용 원리는 콩팥 세뇨관에서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수송체인 SGLT2(sodium-glucose cotransporter 2)를 막는 것이다. 그 결과 포도당이 재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이 과정이 이루어지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사구체에서 포도당이 먼저 여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도당이 여과되어야 세뇨관에서 재흡수할 것이 생기고, SGLT2를 막아야 그것이 소변으로 나간다. 여과 자체가 안 된다면, SGLT2를 억제해도 내보낼 포도당이 없다.

GFR이 60 mL/min/1.73m² 미만(만성신장병 3기)이 되면 사구체 여과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다. 이 상태에서 SGLT2 억제제를 사용해도 충분한 포도당 배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혈당 강하 효과가 거의 없다. 즉 독성이 심해서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가 없어서 쓰지 않는 것이다.

❸ 그렇긴 하지만 GFR이 낮은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약도 제한적이다

SGLT2 억제제를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대안은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메트포르민(metformin)과 DPP-4 억제제가 있다.

메트포르민은 GFR 45~60 구간에서는 용량을 줄이거나 주의하여 사용하고, 45 미만에서는 사용을 피한다(일부 기준에서는 60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DPP-4 억제제 중에서는 리나글립틴(linagliptin)이 콩팥 기능과 무관하게 용량 조절 없이 쓸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 외 대부분의 DPP-4 억제제는 용량을 줄여야 한다.

이처럼 GFR이 낮아질수록 사용 가능한 약의 선택지 자체가 줄어든다.

❹ 결국

당뇨병성 신증이 진행되어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콩팥을 보호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약을 정작 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신증이 생기기 전, 혹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혈당을 잘 관리하고 콩팥 보호 약제를 제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회가 있을 때 좋은 약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 선택지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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