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는 보상 단계 → 쇼크 단계 → 장기 부전 단계의 세 단계를 거치며, 초기 보상 단계에서의 조기 처치가 예후를 결정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출혈이 시작되면 바로 혈압이 떨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혈압이 정상인데도 곧 쇼크로 가는 환자가 있고, 이미 혈압이 떨어졌을 때는 처치가 늦은 경우도 있다. 쇼크에 타이밍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❷ 쇼크는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가
1단계: 보상 단계(compensated shock, 전 쇼크)
혈압이 떨어지려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한다. 맥박수가 올라가고 말초 혈관이 수축해 혈관 저항이 증가한다. 그 결과 혈압이 오히려 정상이거나 약간 오르기도 한다. 환자가 비교적 멀쩡하게 보이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 단계에서 쇼크의 유일한 외부 징표는 빠른 맥박이다. 혈관 저항은 직접 측정하기 어렵지만 맥박은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젖산(lactate) 수치도 지표가 되지만 채혈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임박한 쇼크를 판단하는 실시간 지표로는 맥박이 핵심이다.
2단계: 쇼크 단계
보상 기전이 한계에 도달하면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맥박수가 더 빨라지고, 호흡이 빨라지며, 환자가 불안해하고 식은땀을 흘린다. 소변량이 줄고, 피부가 차가워지고, 산증(acidosis)이 나타난다. 출혈성 쇼크를 기준으로 혈액량의 약 10% 소실까지는 보상이 가능하지만, 약 25% 이상 소실되면 보상 기전이 무너지며 이 단계로 넘어간다.
3단계: 장기 부전 단계
혈압 저하 → 신장 혈류 감소 → 노폐물 축적 → 산증 악화 → 심장 기능 저하 → 혈압 추가 하락의 악순환에 빠진다. 이 고리는 여러 개가 동시에 작동한다. 승압제(vasopressor)를 써도 혈관이 반응하지 않는 혈관 마비(vasoplegic shock) 상태로 진행하기도 한다. 젖산이 계속 상승하고, 의식이 점차 저하된다.
❸ 그렇긴 하지만 3단계에서도 치료를 멈추지는 않는다
장기 부전 단계는 회복이 어렵지만 이미 들어선 이상 치료를 중단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 단계까지 진행되면 의료진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임상의 핵심은 1단계에서 잡아내는 것이다.
❹ 그래서
경험 많은 임상의가 안 좋아 보이는 환자에서 맥박을 가장 주의 깊게 보는 이유가 이것이다. 혈압이 정상이어도 맥박이 빠르다면, 그 환자는 지금 1단계에 있을 수 있다. 젖산 수치 확인과 동시에 정황상 쇼크가 의심되면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처치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 골든타임을 지키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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