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신피질호르몬이 극심하게 부족해지면 체액이 빠지고 혈관이 이완되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쇼크 상태에 이른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쇼크는 보통 출혈이나 감염에서 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혈액도 빠지지 않았고, 세균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혈압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호르몬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왜 혈압이 유지되지 않는 것일까.

❷ 부신피질호르몬이 혈압에 관여하는 방식

부신피질호르몬(adrenal cortical hormone)은 두 가지 경로로 혈압을 유지한다.

첫 번째는 소듐(sodium) 보유(water retention)다. 이 호르몬은 콩팥에서 소듐이 재흡수되도록 촉진하고, 소듐을 따라 수분도 혈관 안에 머문다. 즉 체액량을 유지해 혈압의 바탕을 만든다.

두 번째는 포타슘(potassium) 배출이다. 이 호르몬이 있어야 포타슘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부족하면 포타슘이 혈중에 쌓이는데, 쌓인 포타슘은 혈관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압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 호르몬이 없으면 체액은 빠지고 혈관은 이완된다. 양쪽 모두 혈압을 내리는 방향이다.

❸ Addisonian crisis — 극심한 결핍이 쇼크로 이어질 때

부신피질호르몬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대표 질환이 에디슨병(Addison’s disease)이다. 평소에는 어느 정도 버티더라도, 감염이나 수술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요구량이 급증하면 남아있던 여유마저 사라진다.

이 상태를 Addisonian crisis라고 한다. 체액량 감소와 혈관 이완이 동시에 극대화되면서 혈압이 급격히 무너지는 쇼크다. 분류상으로는 저혈량성 요소와 혈관 확장 요소가 겹친 형태다.

치료는 즉각적인 수액 보충과 함께 코르티솔(cortisol) 정맥 투여다. 호르몬을 보충하면 두 경로 모두 회복 방향으로 전환된다.

❹ 결국

쇼크를 보면 먼저 출혈, 감염, 심장 문제를 떠올리지만 호르몬 결핍도 목록에 있다. 특히 기존에 부신 기능 저하가 있던 환자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저혈압으로 쓰러진다면 Addisonian crisis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코르티솔 주사 하나가 혈압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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