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성 저혈압의 원인은 자율신경계 이상 하나로 귀결되지만, 그 이상이 중추에서 오는지 말초에서 오는지, 아니면 약물이나 식사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진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기립성 저혈압은 단순히 혈압이 잘 오르지 않는 문제처럼 보인다. 그런데 같은 환자에서 배뇨 장애, 변비, 땀이 나지 않는 증상이 함께 온다면? 이것은 혈압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더 넓은 계통의 이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❷ 자율신경 이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자율신경계도 중추와 말초로 나뉜다. 기립성 저혈압의 원인을 이 구분에 따라 보면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질환군이 나온다.
중추 자율신경계 질환 — 퇴행성 시누클레인병증
중추 자율신경계 질환은 모두 α-시누클레인(α-synuclein) 단백질이 뉴런에 침착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이를 묶어 시누클레인병증(synucleinopathy)이라 부른다.
- 다계통 위축증(Multiple System Atrophy, MSA) — 파킨슨 유사 증상(경직, 서동)에 소뇌 기능 저하와 자율신경 이상이 일찍부터 동반된다. 파킨슨병보다 약물 반응이 낮고 진행이 빠르다.
-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 서동, 떨림, 경직이 유명하지만 진행하면 기립성 저혈압, 변비, 배뇨 장애 등 자율신경 증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 치매가 기본이며, 인지 기능의 변동, 환시, 파킨슨 증상에 자율신경 이상이 함께 온다.
- 순수 자율신경 부전(Pure Autonomic Failure) — 자율신경 이상만 있고 파킨슨 증상이나 치매는 없다. 희귀 질환이다.
이 질환들에서 자율신경 이상은 혈압뿐 아니라 방광, 장, 땀샘(sudomotor), 체온 조절 등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말초 자율신경계 이상 — 소섬유 신경병증
말초에서는 소섬유 신경병증(small fiber neuropathy)이 가장 중요하다. 당뇨가 가장 흔한 원인이며, 아밀로이드증, 면역 매개 신경병증, 유전성 신경병증도 포함된다. 비타민 B12 결핍, 신경 독성 물질 노출, 감염증, 포르피리아도 원인이 될 수 있다.
❸ 자율신경 이상 없이도 기립성 저혈압이 오는 경우가 있다
자율신경계 질환이 없어도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하는 상황이 있다.
**식후 저혈압(postprandial hypotension)**은 과식, 고탄수화물 식사, 음주 후에 혈류가 소화관으로 집중되면서 혈압이 떨어지는 것이다. 고령이거나 자율신경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 특히 잘 나타난다.
약물은 임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원인이다. 고령 환자일수록 해당 약물을 복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알파 차단제 — 혈관 확장.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흔히 쓰인다.
- 이뇨제 — 혈액량 감소.
- 질산염제 — 혈관 확장.
- 삼환계 항우울제(TCA) — 알파 차단 효과로 혈압을 떨어뜨린다.
❹ 그래서
기립성 저혈압 환자를 볼 때 복용 약물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약물이 원인이라면 이것이 치료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약물 원인이 없다면 중추 또는 말초 자율신경계 질환 여부를 판단한다. 자율신경 이상이 의심될 때는 혈압 외에 배뇨, 배변, 발한, 인지 기능 등 동반 증상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진단의 실마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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