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 자세는 혈액을 하체로 이동시켜 심장으로의 정맥 환류를 줄이고, 이를 보상하는 자율신경 반사가 실패하면 기립성 저혈압이나 실신으로 이어진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행동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만약 우리 몸에 보상 시스템이 없다면, 일어나는 순간 바로 쓰러진다. 왜 일어선다는 단순한 행동이 이렇게 큰 위기를 만드는 것일까?

❷ 일어서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누운 자세에서는 혈액이 몸 전체에 고르게 분포한다. 그런데 갑자기 일어서면 중력이 혈액을 아래로 당긴다. 하지, 둔부, 복부 내장 혈관 쪽으로 혈액이 쏠리는데, 이것을 혈액의 풀링(pooling)이라고 한다.

풀링이 일어나면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의 양, 즉 정맥 환류(venous return)가 줄어든다. 정맥 환류가 줄면 심실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고, 그 결과 심박출량(cardiac output)이 감소하여 혈압이 떨어진다. 혈압이 떨어지면 뇌혈류가 저하되고, 이것이 심해지면 실신에 이른다.

즉 일어서는 행동 하나가 → 정맥 환류 감소 → 심박출량 감소 → 혈압 저하 → 뇌혈류 저하의 연쇄를 만든다.

❸ 보상 기전이 이 연쇄를 막는다

이 연쇄가 실제로 실신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보상 반사 때문이다. 경동맥(carotid sinus)과 대동맥궁(aortic arch)에 있는 압수용체(baroreceptor)가 혈압 저하를 감지하면, 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미주신경(부교감)을 억제한다.

그 결과 세 가지 보상이 동시에 일어난다.

  1. 말초혈관이 수축하여 혈관 저항이 올라가고 혈압이 유지된다.
  2. 정맥이 수축하여 정맥에 고여 있던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온다. 즉 정맥 환류가 보완된다.
  3. 심박수가 증가하고 심장 수축력이 올라가 심박출량이 유지된다.

이 반사가 빠르게 작동하지 않으면 뇌혈류가 실제로 떨어져 어지러움이나 실신이 발생한다.

보상이 실패하는 경우

자율신경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이 반사가 둔해진다. 대표적인 원인이 파킨슨병과 당뇨병성 신경병증(diabetic neuropathy)이다. 이들에서 기립성 저혈압이 잦은 이유가 여기 있다.

❹ 그래서 — 직립 보행은 진화적으로 비싼 선택이었다

개나 고양이처럼 수평 보행을 하는 동물은 중력 방향으로 혈액이 앞뒤로 분산되므로 하체 풀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기립성 저혈압도 거의 없다.

반면 기린은 심장과 뇌 사이의 거리가 2~3m에 달한다. 뇌혈류를 유지하려면 정상 혈압이 200mmHg 이상이어야 한다. 극단적인 해부학적 특성이 극단적인 적응을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도 두 발로 직립 보행을 선택한 대가로, 일어설 때마다 자율신경이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생리적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이 보상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느려지거나 망가지면, 그 순간이 바로 실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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