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은 혈관 손상, 혈류 이상, 혈액 성분 이상 세 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이 응고 시스템과 항응고 시스템의 균형을 깨뜨릴 때 생긴다. 이 틀을 Virchow’s triad라 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혈전이 생기는 수십 가지 원인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것들은 모두 세 가지 범주 안에 들어간다. 이 세 가지를 모르고 개별 원인을 암기하면 끝이 없다. 이 틀을 알면 처음 보는 상황도 혈전 위험으로 이어지는지 판단할 수 있다.
❷ 응고와 항응고의 균형이 깨지는 3가지 방식은 무엇인가
우리 몸의 혈액 안에는 두 가지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 응고(coagulation) 시스템과 항응고(anticoagulation) 시스템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응고 쪽이 너무 강해지면 혈전이 생기고, 항응고 쪽이 너무 강해지면 출혈이 생긴다.
이 균형이 응고 쪽으로 기울어지는 상황이 세 가지다.
1) 혈관 손상 (endothelial injury)
혈관 안쪽 면을 덮고 있는 내피세포(endothelial cell)가 손상되면, 응고 시스템은 이를 출혈의 위험 신호로 인식한다. 고혈압, 당뇨, 흡연이 내피세포를 만성적으로 손상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외상이나 카테터 삽입 같은 직접적인 물리적 손상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2) 혈류 이상 (abnormal blood flow)
혈액은 흘러야 한다. 두 가지 이상이 혈전을 유발한다.
- 정체(stasis): 혈액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응고 시스템은 이것을 혈관 밖으로 나온 혈액으로 인식한다. 장시간 부동(immobilization)이나 정맥의 느린 혈류가 대표적이다.
- 와류(turbulence): 혈액이 질서 있게 흐르지 않고 마구 소용돌이치면, 이 역시 응고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3) 혈액 성분 이상 — 과응고 상태 (hypercoagulability / thrombophilia)
응고 시스템 자체의 균형이 깨져 전신적으로 응고가 더 잘 되는 상태다. 선천적인 유전자 이상, 감염, 호르몬 변화, 특정 약물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이를 혈전경향증(thrombophilia)이라 부르기도 한다.
❸ 이 틀이 임상에서 유용한 이유
혈전증 환자를 볼 때, Virchow’s triad의 세 가지를 체계적으로 확인하면 원인을 빠짐없이 검토할 수 있다. 어떤 원인도 이 세 범주를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수술 후 혈전이 생기는 것은 수술 중 혈관 손상(1번)과 수술 후 움직이지 못하는 데 따른 정체(2번)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임신 중 혈전은 자궁이 커지면서 생기는 정맥 압박(2번)과 임신 호르몬에 의한 과응고 상태(3번)가 함께 작용한다.
❹ 결국
혈전증을 예방하는 수단들 — 수술 후 조기 보행, 정맥혈전 예방 약물, 금연, 혈압·혈당 조절 — 은 모두 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원인이 다양해 보여도 목표는 하나다. 응고와 항응고의 균형을 지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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