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증에서 세균 감염이 증가하는 것은 보체 기능 저하, 장 점막 투과성 증가, 세균의 간 통과 우회라는 세 가지 기전이 겹친 결과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간경변증 환자는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spontaneous bacterial peritonitis, SBP)처럼 일반인에게서는 드문 감염이 반복적으로 생깁니다. 간은 소화나 대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왜 간 기능이 나빠지면 세균 감염에 취약해지는 걸까요.
❷ 간에서 만드는 보체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간은 세균 방어에 직접 관여하는 단백질을 만듭니다. 그중 하나가 보체(complement)입니다.
보체는 혈액 안을 순환하면서 세균에 달라붙습니다. 보체가 붙은 세균은 세 가지 방식으로 제거됩니다.
- 옵소닌화(opsonization): 보체가 붙은 세균을 면역세포가 인식해 식균 작용(phagocytosis)으로 잡아먹습니다.
- 백혈구 유인: 보체가 신호를 내어 주변 백혈구를 끌어모읍니다. 모인 백혈구가 세균을 공격합니다.
- 막공격복합체(membrane attack complex, MAC) 형성: 비슷한 보체 단백질들이 모여 세균의 세포막에 구멍을 뚫어 직접 사멸시킵니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이 보체 단백질 생산이 줄어들어 세 가지 방어 기능이 모두 약해집니다.
❸ 장 점막과 우회로는 어떻게 감염 경로를 만드는가
간경변증이 진행하면 문맥압 항진이 생기고, 이 압력이 장 혈관에도 영향을 줍니다. 장 벽으로 혈액이 빠져나가기 어려워지면서 장에 부종이 생깁니다. 장 점막 세포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고, 원래라면 통과하지 못했을 세균이 장관을 넘어 복강이나 혈류로 침투하게 됩니다. 이것을 세균 전위(bacterial translocation)라고 합니다.
이와 별개로, 간을 우회하는 측부 순환(collateral)이 발달하면 장에서 흡수된 세균이 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전신 혈류로 들어갑니다. 간에는 쿠퍼세포(Kupffer cell)를 포함한 세망내피계(reticuloendothelial system)가 있어 통과하는 혈액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데, 우회로가 생기면 이 여과 과정 자체가 생략됩니다.
❹ 결국
간경변증 환자에서 세균 감염이 잦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간에서 만드는 보체가 줄어 방어 능력이 떨어지고, 장 부종으로 세균이 장 점막을 넘기 쉬워지고, 우회로가 생겨 간의 여과 기능을 건너뛰는 세 경로가 동시에 열립니다.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이나 균혈증이 반복된다면 이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치료 접근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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