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autonomic neuropathy)은 위장관 운동 전반을 교란하여 위식도역류병, 위 배출 지연, 설사, 변실금을 일으킨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당뇨병의 합병증이라고 하면 눈이나 콩팥, 또는 발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소화가 잘 안 되고 자꾸 설사를 한다거나, 변이 자기도 모르게 새는 경험도 당뇨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위장관은 스스로 움직이는 기관이다. 씹거나 삼키는 동작처럼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없고, 자율신경(autonomic nervous system)이 이 모든 운동을 조율한다. 당뇨병의 미세혈관 합병증이 자율신경까지 손상시키면 위장관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❷ 어떤 경로로 위장관 운동이 무너지는가

자율신경이 손상되는 경로는 미세혈관 합병증이다. 신경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가느다란 혈관들이 손상되면 신경 자체의 기능이 저하된다. 위장관을 지배하는 자율신경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손상 부위와 기능에 따라 네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1. 위식도역류병(GERD,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식도와 위 사이에는 하부 식도 조임근(lower esophageal sphincter, LES)이 있어 위 내용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막는다. 당뇨병으로 인한 자율신경 손상은 이 조임근의 압력을 낮추어 위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오게 한다.

  2. 위 배출 지연(gastroparesis):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내용물을 내려보내는 데는 미주신경(vagus nerve)이 핵심 역할을 한다.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을 전달하는 신경으로, 이것이 손상되면 위 내용물이 제때 십이지장으로 내려가지 못한다. 혈당이 높을 때는 배출이 더 지연되고, 혈당이 내려가면 오히려 지나치게 빨라지는 불규칙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오심, 구토, 복통이 나타날 수 있고, 위 배출이 지연되면 역류도 함께 심해진다.

  3. 설사: 소장과 대장의 운동은 자율신경이 조율하는데, 이것이 교란되면 장 운동이 불규칙해진다. 소장 내 세균 과증식(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 SIBO)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4. 변실금(fecal incontinence): 항문 조임근의 긴장도(tone)가 낮아지고 직장의 감각이 무뎌지면 변이 나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새게 된다. 설사가 동반될 때 더욱 두드러진다.

❸ 위 배출 지연이 있을 때 약물 선택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 배출 지연은 단순히 소화 불량에 그치지 않고 당뇨 약제 선택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는 위 배출을 의도적으로 늦추어 식사 후 포만감을 높이고 체중을 줄이는 기전으로 작동한다. 이미 자율신경 손상으로 위 배출이 크게 지연된 환자에게 이 약을 추가하면 배출이 더 나빠질 수 있어 사용하기 어렵다.

즉 위장관 합병증은 식사 경험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혈당 조절에 쓸 수 있는 약의 선택지를 좁히기도 한다.

❹ 결국

위장관 증상이 오래된 당뇨 환자에서 나타날 때 단순한 소화 문제로 넘기면 안 된다. 자율신경병증 여부를 확인하고 약제 사용 전 위 배출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 관리가 일찍부터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자율신경병증의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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