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초기에 사구체 여과율(GFR)이 오히려 상승하는 과여과(hyperfiltration) 현상이 콩팥 손상의 첫 단추가 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콩팥이 망가진다고 하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상상한다. 그런데 당뇨병성 신증의 시작은 반대다. 콩팥이 처음에는 오히려 지나치게 열심히 일한다. GFR이 정상보다 높아지는, 즉 과여과(hyperfiltration)가 일어나는 것이 콩팥 손상의 시작이다.
❷ 과여과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사구체(glomerulus)는 혈액을 걸러내는 구조물이다. 수입세동맥(afferent arteriole)을 통해 혈액이 들어오고, 사구체 내에서 여과가 이루어진 뒤 수출세동맥(efferent arteriole)을 통해 빠져나간다. 여과량, 즉 GFR은 이 두 세동맥의 긴장도(tone)와 혈류량에 의해 결정된다.
사구체 가까이에는 치밀반(macula densa)이라는 구조가 있어 세뇨관 내 염분 농도를 감지하고, 그 정보를 수입세동맥으로 전달한다. 이것이 세뇨관-사구체 피드백(tubuloglomerular feedback, TGF)이다.
당뇨병 상태에서는 고혈당으로 인해 포도당이 사구체에서 여과되고 세뇨관에서 재흡수되는 양이 늘어난다. 그 과정에서 포도당과 함께 나트륨도 더 많이 재흡수되므로, 치밀반에 도달하는 나트륨 농도가 낮아진다. 치밀반은 이를 “혈류가 부족하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수입세동맥을 확장시킨다. 그 결과 사구체로 들어오는 혈류가 증가하고 GFR이 올라간다. 이것이 과여과다.
이 기전 외에도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 포도당이 솔비톨(sorbitol)로 전환될 때 관여하는 알도스 환원효소(aldose reductase) 경로, 그리고 고혈당 상태에서 단백질에 당이 비효소적으로 결합하여 생성되는 최종당화산물(AGE,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 모두 수입세동맥 혈류를 증가시켜 과여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제안되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 현재 가설 수준이며 확실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다.
❸ 과여과가 지속되면 어떻게 손상이 진행되는가
앞서 설명한 과여과로 사구체로의 혈류가 증가하면, 사구체 내 압력이 높아진다. 이 압력이 지속되면 사구체의 모세혈관이 늘어나고 여과막이 손상된다. 손상된 여과막을 통해 단백질이 빠져나오기 시작하고, 이것이 단백뇨(proteinuria)로 이어진다.
단백뇨가 시작된 이후에는 사구체 세포의 증식, 비정상적인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축적이 일어나면서 사구체가 딱딱하게 굳어간다. 즉 과여과 → 압력 증가 → 여과막 손상 → 단백뇨 → 구조적 손상의 순서로 진행된다.
❹ 결국
당뇨병성 신증 초기에 GFR이 올라간다는 것은 콩팥이 잘 작동하는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나중의 손상으로 이어지는 과부하 상태다. 과여과는 임상에서 직접 확인하기 어렵지만, 당뇨 초기부터 혈당 관리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첫 단추를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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