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뇨는 콩팥 손상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그 손상을 가속시키는 원인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단백뇨를 검사 수치로만 생각하기 쉽다. “단백이 소변으로 나온다”는 것이 왜 위험한지, 단순히 몸에서 단백질이 손실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어렵다. 그런데 빠져나간 단백이 콩팥 안에서 또 다른 파괴 과정을 시작한다면?
❷ 사구체에서 단백이 빠져나오면 어디로 가는가
사구체(glomerulus) 모세혈관이 손상을 받으면 알부민(albumin)이 여과액 속으로 빠져나온다. 이 알부민이 그냥 소변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근위세뇨관(proximal tubule) 세포들이 알부민을 세포 표면 수용체에 결합시킨 뒤 내포작용(endocytosis)으로 끌어당긴다.
안으로 들어온 알부민은 핵에서 전사를 활성화해 사이토카인(cytokine)과 케모카인(chemokine)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한다. TGF-β, MCP-1, IL-8 같은 물질들이 만들어지고, 이에 반응해 림프구와 대식세포가 콩팥 간질(interstitium)로 모여든다.
모인 염증 세포들은 본업대로 염증 물질을 쏟아낸다. 이를 수복하려는 과정에서 근섬유모세포(myofibroblast)와 섬유모세포(fibroblast)가 증식하고 콜라겐 같은 세포외기질(ECM) 단백질을 축적시킨다. 즉 간질이 굳어지는 간질 섬유화(interstitial fibrosis)가 진행된다.
❸ 손상이 왜 멈추지 않고 가속되는가
사구체 모세혈관 압력이 오르면 단백뇨가 발생하고, 단백뇨는 다시 섬유화를 불러일으키며 콩팥 기능을 떨어뜨린다. 기능이 떨어지면 남은 네프론(nephron)에 부담이 더 집중되고, 사구체 내압(intraglomerular pressure)이 더 올라간다. 1) 사구체 내압 상승 → 단백뇨 증가, 2) 단백뇨 → 염증·섬유화 촉진, 3) 섬유화 → 네프론 감소 → 다시 1)로 돌아가는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 구조다.
여기에 안지오텐신 2(angiotensin Ⅱ)가 수출세동맥(efferent arteriole)을 수입세동맥(afferent arteriole)보다 더 강하게 수축시켜 사구체 내압을 증폭시키고, 족세포(podocyte)는 단백 자극을 받아 발돌기(foot process)가 납작해지면서 여과 장벽이 더 허물어진다.
단백뇨의 등급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albumin-to-creatinine ratio, ACR)로 측정하며, 정상(A1: 30 미만), 미세알부민뇨(microalbuminuria, A2: 30–300), 현성알부민뇨(macroalbuminuria, A3: 300 초과)로 구분한다.
❹ 결국
이 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사구체 내압을 낮추는 약이 필요하다.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RAS)을 차단하는 ACE 억제제(ACE inhibitor)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angiotensin receptor blocker)가 그 역할을 한다. 투약 후 크레아티닌이 약간 오르거나 칼륨이 오를 수 있지만, 30% 이상 오르지 않는 한 중단보다는 원인을 먼저 찾는 것이 원칙이다. 단백뇨 자체가 콩팥 독성(nephrotoxic) 물질로 작용한다는 점을 이해하면, 이 약을 웬만하면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납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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