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B형간염의 자연경과는 면역계와 바이러스가 주고받는 네 단계로 나뉘며, 간 손상은 바이러스가 아닌 면역계가 공격할 때 일어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만성 B형간염이 있다고 하면, 바이러스가 많을수록 간이 더 많이 망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는 바이러스가 가장 많은 시기에 오히려 간 수치가 정상인 경우가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❷ 간 손상은 언제 일어나는가

만성 B형간염의 자연경과는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1단계 — 면역 관용기 바이러스 DNA 양은 매우 높지만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하지 않는다. ALT(간 효소)가 정상이고 간 조직 검사에서도 염증이 없다. 주로 수직 감염(출생 시 어머니로부터 감염)된 경우에 해당하며,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자기 것”으로 인식하는 상태다. 이 시기에 바이러스는 많지만 간은 크게 망가지지 않는다.

2단계 — 면역 제거기 면역계가 각성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T림프구가 공격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감염된 간세포만 골라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면역세포가 간세포를 함께 파괴하면서 ALT가 오르고 간 조직에서 괴사와 염증이 나타난다. 즉 간 손상은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면역계의 공격 때문에 일어난다. 이 시기에 HBeAg(e항원)이 소실되고 항체(anti-HBe)가 생기는 혈청 전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3단계 — 비활동기 충분히 공격한 면역계가 잠잠해진다. HBeAg이 사라지고 바이러스 DNA가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며 ALT도 정상화된다. 간암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간세포 핵 안에서 조용히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활동기에도 6개월마다 초음파와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로 간암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4단계 — 재증식기 비활동기에서 다시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활성화되는 경우다. 이 단계를 거치는 사람도 있고 그대로 비활동기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반드시 4단계를 모두 거치는 것은 아니다.

❸ 비활동기라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활동기에 접어든 환자는 증상도 없고 ALT도 정상이어서 “다 나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간세포 안에는 여전히 바이러스 DNA(cccDNA)가 남아 있다. 이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의 DNA를 변형시키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비활동기는 치료 중단 기간이 아니라 정기 감시 기간이다. 임상에서 “간암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주기적인 검사가 이 시기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❹ 결국

간 손상의 시점은 바이러스 양이 아니라 면역계가 언제, 얼마나 공격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성 B형간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면역 제거기에는 치료 여부를 적극 검토하며, 비활동기에도 간암 감시를 이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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