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B형간염의 자연경과는 면역계와 바이러스 사이의 긴 줄다리기로, 그 국면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치료 여부가 결정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만성 B형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곧바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는 만성 B형간염 환자 모두가 치료 대상이 아니다. 어떤 환자는 평생 치료 없이 지내도 되고, 어떤 환자는 반드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❷ 면역계는 바이러스를 언제부터, 어떻게 공격하는가

만성 B형간염의 자연경과는 면역계의 반응 여부에 따라 네 단계로 나뉜다.

  1. 면역 관용기 (Immune Tolerant Phase) HBV DNA가 매우 높고(10⁷ IU/mL 이상) HBeAg(B형간염 e항원)이 양성이지만,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하지 않는다. ALT(간 효소 수치)가 정상이고 조직 검사에서도 염증이 없다. 주로 출생 시 수직 감염된 경우에 해당하며, 바이러스가 면역계에 “자기 자신”처럼 인식된다. 이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면 예후는 나쁘지 않다.

  2. 면역 활동기 — HBeAg 양성 (HBeAg-positive Immune Active Phase) 나이가 들면서 면역계가 각성하여 바이러스 감염 간세포를 T림프구가 청소하기 시작한다. 바이러스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간세포도 함께 파괴되어 ALT가 상승하고 중등도 이상의 염증 소견이 나타난다. DNA는 중등도 수준(2만 IU/mL 이상)으로 유지된다. 청소 과정에서 일부는 HBeAg이 소실되고 HBeAb가 생기는 **혈청 전환(seroconversion)**이 일어난다. 이 시기가 치료 적응증이 된다.

  3. 면역 비활동기 (Inactive Carrier Phase) 혈청 전환 이후 염증이 가라앉고 ALT가 정상화되며 HBV DNA가 2,000 IU/mL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현재 염증은 없지만 이전 활동기의 섬유화 흔적은 남아 있을 수 있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예후는 좋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재활성화가 일어나 다시 활동기로 넘어간다.

  4. 면역 활동기 — HBeAg 음성 (HBeAg-negative Immune Active Phase) HBeAg은 음성이지만 HBV DNA가 2,000 IU/mL 이상으로 오르고 ALT도 상승하며 조직에서 활동성 괴사 염증 소견이 보이는 상태다. 이는 pre-core 또는 BCP(basal core promoter) 변이로 인해 HBeAg 생성이 억제된 것이지, 바이러스 활성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연령이 높고 섬유화율이 높아 대부분 간경변으로 진행한다.

❸ HBeAg 음성 활동기는 왜 놓치기 쉬운가

이 단계는 HBV DNA와 ALT가 오르락내리락(intermittent)하는 경향이 있어, 검사 시점에 따라 비활동기(inactive carrier)처럼 보일 수 있다. 단 한 번의 검사로 판단하면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3개월 간격으로 반복 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한 번이라도 DNA와 ALT가 기준 이상으로 오른 시점이 확인되면 치료 적응증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간경변으로의 진행이 대부분의 환자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환자가 증상이 없다고 방치하면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❹ 결국

자연경과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치료 결정의 출발점이다. 치료는 ALT가 지속적 또는 간헐적으로 상승하는 **면역 활동기(HBeAg 양성 또는 음성 모두)**에 시행한다. 잠잠한 상태(면역 관용기, 비활동기)에서는 원칙적으로 치료하지 않는다.

한편, HBsAg(B형간염 표면항원)까지 소실되어 “기능적 완치(functional cure)“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기능적 완치 상태에서도 cccDNA나 통합 HBV DNA는 남아 있어 완전한 박멸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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