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은 작용 기전에 따라 계열이 구분되며, 성분명 어미(語尾)로 계열을 식별할 수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혈압약 성분명을 보면 “-프릴(-pril)”, “-살탄(-sartan)” 같은 패턴이 눈에 띈다. 이 어미가 계열을 나타낸다. 같은 레닌-안지오텐신 계통을 억제하는 약인데 왜 두 계열이 따로 존재하고, 임상에서 한쪽을 더 선호하는 걸까?

❷ ACE억제제와 ARB — 같은 경로, 다른 차단 지점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축은 혈압을 올리는 대표적인 경로다. 이 경로에서 ACE(angiotensin-converting enzyme)는 안지오텐신 1을 안지오텐신 2로 전환하는 효소다. 안지오텐신 2가 혈압을 올리는 핵심 물질이므로, 이 효소를 막으면 혈압이 낮아진다.

  • ACE억제제 (ACE inhibitor): 성분명이 “-프릴(-pril)“로 끝난다. 예: 에날라프릴, 리시노프릴. ACE 효소 자체를 직접 억제한다.
  • ARB (angiotensin receptor blocker): 성분명이 “-살탄(-sartan)“으로 끝난다. 예: 칸데살탄, 발살탄, 텔미살탄. 안지오텐신 2가 수용체(AT1 receptor)에 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두 계열 모두 같은 축을 표적으로 하지만 차단 지점이 다르다.

❸ ACE억제제보다 ARB를 더 많이 쓰는 이유

ACE는 안지오텐신 1→2 전환 외에도 브래디키닌(bradykinin)이라는 물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ACE억제제로 이 효소를 막으면 브래디키닌이 분해되지 못하고 축적된다. 브래디키닌이 올라가면 기침이 생긴다.

이 부작용의 발생률은 약 10% 정도로 보고된다. 호흡기 증상 없이 마른기침만 지속되는 환자에게서 혈압약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ARB는 안지오텐신 2의 수용체만 차단할 뿐, 브래디키닌 분해 경로와는 관련이 없다. 따라서 ARB를 복용하면서 기침이 생긴다면 혈압약보다 다른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

이 차이 때문에 현재 임상에서는 ARB가 가장 많이 처방되는 고혈압 약제가 됐다. ACE억제제는 주로 순환기내과에서 특정 적응증에 맞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❹ 그래서

혈압약 성분명 어미를 알면 계열을 금방 식별할 수 있다. “-프릴”이면 ACE억제제, “-살탄”이면 ARB다. 고혈압 환자가 기침을 호소할 때 약 처방전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경로를 표적으로 하더라도 어느 지점을 차단하느냐에 따라 부작용 프로파일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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