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부위에서 분비되는 브라디키닌(bradykinin)은 세동맥을 확장하고 모세혈관 투과성을 높여 면역세포가 조직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만든다. 이 반응이 전신으로 퍼지면 혈압이 떨어지는 패혈증(sepsis) 상황이 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피부 어딘가가 염증이 생기면 그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릅니다. 이건 단순히 균이 조직을 파괴해서 생기는 것일까요, 아니면 몸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반응일까요?

빨갛게 부어오르는 것 자체가 혈관이 확장되고 혈류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몸이 스스로 혈관을 열어 그쪽에 더 많은 혈액을 보내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❷ 염증 부위에서 혈관 확장이 일어나는 이유

균이 조직에 침입하면 국소 면역 반응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는 면역세포만으로 균을 처리하기 어려우면 혈액 속의 면역세포가 빠르게 몰려와야 합니다.

이 때 조직에서 **브라디키닌(bradykinin)**이 분비됩니다. 브라디키닌은 두 가지 일을 합니다.

  1. 세동맥(arteriole) 확장 — 혈관 직경이 넓어지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혈액이 흐를 수 있습니다. 면역세포를 빠르게 현장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2. 모세혈관 투과성 증가 — 면역세포가 혈관 안에서 흐르다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혈관 벽의 구멍을 넓혀 면역세포가 조직 속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서 혈장(plasma)의 수분도 함께 조직으로 빠져나와 부종이 생깁니다.

즉 염증 부위의 붓고 빨개지는 현상은, 몸이 면역세포를 현장에 최대한 빨리 배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❸ 이 반응이 전신으로 퍼지면 어떻게 되는가

균이 한 부위에 국한되어 있을 때는 국소적인 세동맥 확장만 일어납니다. 그런데 균이 혈액 안으로 들어가면 — 이것이 패혈증(sepsis) — 온몸에서 동시에 이 반응이 일어납니다.

전신의 세동맥이 확장되면 말초혈관저항이 급격히 떨어지고, 혈압(= 심박출량 × 말초혈관저항)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여기에 더해 모세혈관 투과성이 올라간 탓에 혈관 내 수분이 조직으로 빠져나가 혈액량도 줄어듭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해 혈압이 크게 떨어집니다.

혈압이 충분하지 않으면 심장과 뇌에 필요한 혈류가 공급되지 않아 빠르게 장기 부전으로 진행합니다.

❹ 그래서 패혈증 치료에서 혈압을 올리는 것이 최우선인 이유

패혈증 치료에서 의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혈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같은 혈관수축제를 사용해 확장된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동시에 수액을 충분히 공급해 줄어든 혈액량을 보충합니다.

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혈압이 충분히 유지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시간을 벌 수 없습니다. 장기를 살아있게 유지하면서 항생제가 작용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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