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 1L를 마시면 소변 농도는 6분의 1로 희석되고 소변량은 6배로 늘지만, 용질 배출 속도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맹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소변이 묽어지는 만큼 양이 늘어난다면, 소변 속 노폐물(용질)의 총량도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콩팥은 물만 골라서 내보내고 있는 것일까?

❷ 소변의 농도와 양은 어떻게 변하는가

맹물 1L를 마신 직후부터 60분 이내에 소변 삼투 농도는 기존 600 mOsm/L에서 약 100 mOsm/L까지 떨어진다. 동시에 소변량은 기존의 약 6배(최대 6 mL/min 수준)로 늘어난다. 마신 물을 다 내보내고 나면 소변 농도와 양은 원래 수준으로 돌아온다.

농도가 6분의 1로 줄었지만 양이 6배가 됐으므로, 소변 속 용질의 절대량은 계산상 동일하다. 즉 콩팥은 용질 배출 속도를 유지하면서 물만 더 내보낸 것이다.

❸ 세관 어디에서 희석이 일어나는가

여과된 소변은 세뇨관을 따라 흐르면서 농도가 변한다. 헨레 고리(loop of Henle) 상행각(ascending limb)에서는 Na⁺·K⁺·Cl⁻ 펌프가 용질을 당겨내지만 물은 통과시키지 않는다. 그 결과 원위세뇨관(distal tubule) 입구에서 소변 삼투 농도는 약 100 mOsm/L까지 희석된다.

여기서부터가 ADH의 영역이다. 맹물을 마셔 삼투 농도가 내려가면 ADH 분비가 억제된다. ADH 없이는 집합관에서 물을 재흡수하지 않으므로, 용질은 소량씩 추가로 흡수되는 반면 물은 그대로 빠져나간다. 결과적으로 소변 삼투 농도는 50 mOsm/L까지 더 낮아질 수 있다.

❹ 그래서

콩팥은 “물은 내보내고 용질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용질은 그대로 내보내고 물의 재흡수량만 ADH로 조절한다.” 맹물 부하에 대한 반응은 이 원리의 가장 선명한 실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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