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에서의 혈압 저하는 혈관 확장, 바소프레신 반응 감소, 혈관 내 체액 누출이라는 세 경로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이며, 미세 순환 장애까지 겹쳐 순환계 전체가 무너진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패혈증에서 혈압이 떨어진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혈관이 늘어나서”라는 설명을 들어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혈관이 늘어나는가, 그리고 혈압 저하가 단지 혈관 문제인가.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❷ 혈압이 떨어지는 세 가지 경로
염증 물질이 전신에 퍼질 때 혈압이 떨어지는 기전은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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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질소(NO, nitric oxide) — 면역 세포에서 염증 물질이 분비될 때 산화질소도 함께 나온다. 산화질소는 혈관 확장제(vasodilator)다. 혈관이 늘어나면 말초 혈관 저항이 떨어지고 혈압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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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소프레신(vasopressin, ADH) 반응 감소 — 바소프레신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콩팥에서 수분을 재흡수해 혈압을 올리는 물질이다. 출혈이나 심인성 쇼크처럼 다른 원인으로 혈압이 떨어질 때는 바소프레신이 올라가서 보상한다. 그런데 패혈증에서는 이 보상 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혈압이 더 떨어진 상태로 방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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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내 체액 누출 — 염증 물질이 모세혈관 투과성(permeability)을 높인다. 혈관 안의 체액이 조직으로 빠져나가 혈관 내 용적이 줄어들고, 혈압이 떨어진다.
❸ 그렇긴 하지만 실제로는 미세 순환 장애가 더 근본적인 문제다
혈압 저하만이 문제가 아니다. 패혈증은 심장에서 모세혈관에 이르는 순환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염증 물질은 심장의 수축 기능과 이완 기능을 모두 떨어뜨린다. 또한 혈관수축 물질에 대한 반응이 감소해, 위장관처럼 우선순위가 낮은 장기로 가는 혈류를 제한하고 심장과 뇌로 혈류를 집중하는 정상적인 보상 반응도 작동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미세 순환(microcirculation) 장애가 온다. 조직 부종으로 모세혈관이 눌리고, 적혈구의 변형 능력이 저하되어 가는 모세혈관을 통과하지 못해 막힌다. 실제로 기능하는 모세혈관의 수 자체가 줄어든다. 대동맥 혈압이 유지되더라도 조직 수준의 산소 공급은 이미 무너져 있을 수 있다.
❹ 결국
패혈증의 혈압 저하는 “혈관이 늘어난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혈관 확장, 보상 호르몬 반응 실패, 혈관 내 체액 감소, 심장 기능 저하, 미세 순환 장애가 동시에 작동한다. 승압제와 수액 보충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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