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Ic는 심근세포의 활동전위 상승 속도를 늦춰 전도를 억제하고, Class III는 활동전위 지속 시간을 연장해 불응기를 늘리는 방식으로 심방세동의 생성과 유지를 방해한다. 두 기전 모두 부정맥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역설을 안고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심방세동을 치료하려고 쓴 항부정맥제가 오히려 더 위험한 부정맥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약을 안심하고 처방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Class Ic 약물을 투여한 뒤 심전도가 wide QRS 빈맥으로 바뀌는 상황이 드물지 않게 생깁니다. 왜 부정맥 치료제가 부정맥을 일으키는지, 그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약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❷ 두 약물은 어떻게 심방세동을 억제하는가
심근세포의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는 자극이 오면 급격히 상승했다가 유지 구간을 거쳐 재분극으로 돌아오는 형태를 띤다.
Class Ic는 나트륨 채널(sodium channel)을 차단해 활동전위의 상승 속도(phase 0)를 늦춘다. 즉 전도 속도가 느려진다. 심방세동에서 난리를 치던 신호들이 서서히 전파되면 그 동력 자체가 약해져 부정맥이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이 한 가지 효과—전도 속도 감소—만 기억하면 된다.
Class III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칼륨 채널(potassium channel)을 차단해 재분극을 지연시키고, 활동전위 지속 시간(action potential duration)을 늘린다. 즉 불응기(refractory period)가 길어진다. 불응기에 있는 세포는 다음 신호에 반응하지 못하므로, 심방에서 사방으로 번지던 신호들이 중간에 차단된다.
❸ 각 약물에서 어떤 위험이 생기는가
Class Ic의 역설 — Wide QRS 빈맥
심방세동에서 AV 결절(AV node)은 심방에서 쏟아지는 신호를 자연스럽게 걸러낸다. 빠르게 신호가 두드리면 AV 결절이 이미 활성화 상태여서 다음 신호가 통과하지 못하는 concealed conduction이 생기고, 이것이 자연적인 rate control 역할을 했다.
Class Ic를 투여하면 전도 속도가 느려지면서 이 concealed conduction이 풀린다. AV 결절을 두드리는 빈도가 줄어들어 하나하나가 더 잘 통과되기 시작한다. 거기에 bundle branch의 전도 속도도 느려지면 bundle branch block이 발생해 QRS가 넓어진다. 심방조동(atrial flutter)으로 바뀐 뒤 1:1 전도가 일어나면 심실이 아주 빠른 wide QRS 빈맥 상태가 된다.
이 위험을 막으려면 반드시 베타차단제 또는 비-dihydropyridine계 칼슘 채널 차단제(CCB)를 함께 써서 AV 결절을 억제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심박수가 빠를수록 나트륨 채널에서 약물이 떨어질 시간이 없어 채널에 계속 결합한 상태가 된다. 이를 use-dependency(사용 의존성)라 한다. 빠른 맥박에서 Class Ic 효과가 과도해지므로 rate control은 이 이유에서도 필수다.
Class Ic는 구조적 심장 질환이 없는 환자에게만 사용해야 한다. 심근경색 후 반흔(scar) 조직이 있으면 그 부위에서 이미 전도가 느린데, Class Ic로 더 느려져 일방통행이 차단되면 신호가 역방향으로 돌아오면서 재진입 회로(reentry)가 형성되어 심실빈맥(VT)을 유발할 수 있다.
Class III의 역설 — Torsades de Pointes
불응기를 연장하면 심전도에서 QT 간격이 늘어난다. QT가 길어진 상태에서 조기심실수축(PVC)이 마침 T파 정점 근처에 떨어지면(R-on-T 현상), 심실 벽 안팎 층이 서로 다른 재분극 시간을 갖는 탓에 회오리 형태의 부정맥이 발생한다. 이것이 Torsades de Pointes(TdP)다. 특정 축 없이 여기저기를 휘젓는 형태로 나타나며 실신이나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QT 간격을 반드시 모니터링해야 하며, QTc 500ms 이상이 되면 중단을 고려한다.
❹ 결국
Class Ic는 구조적 심장 질환이 없을 때만 쓸 수 있고, 반드시 AV 결절 차단제와 병용한다. Class III는 QT 연장과 TdP 위험을 항상 염두에 두고 심전도를 추적한다. 두 약 모두 허혈, 저칼륨혈증, 산증 상태에서 부작용이 증폭되므로 전해질과 기저질환 상태를 먼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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