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조동(atrial flutter)은 심방세동보다 규칙적이고 맥박이 더 빠를 수 있으며, 혈전증 위험과 항응고 치료 원칙은 심방세동에 준하지만, 전형적 심방조동(typical atrial flutter)은 단일 병변 차단으로 치료 효과가 뚜렷하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심방세동 환자 중 일부는 치료 도중 심방조동으로 바뀌는 경험을 한다. 의료진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말할 수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불편해질 수 있다. 자글자글 떨리던 심방세동이 굵게 뛰는 심방조동으로 변하면서 맥박이 빨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역설적인 경험의 이유를 이해하면 두 질환의 전기생리학적 차이가 보인다.
❷ 심방조동과 심방세동은 심방에서 어떻게 다르게 돈다
심방세동에서는 폐정맥(PV)과 좌심방(LA) 이음부의 근소매(myocardial sleeve)에서 여러 개의 불규칙한 흥분파가 동시에 발생해 심방 전체가 미세하게 떨린다. AV결절(AV node)이 이 수많은 자극을 불규칙하게 통과시키므로 심실 반응도 불규칙하다.
심방조동, 특히 **전형적 심방조동(typical atrial flutter, clockwise 또는 counterclockwise)**은 우심방(RA) 내를 하나의 큰 회로가 반복해서 돌아가는 거대회귀(macro-reentry) 기전이다. 이 회로는 하대정맥(inferior vena cava, IVC)과 삼첨판(tricuspid valve) 사이의 협부(cavotricuspid isthmus, CTI)를 통과한다.
회로의 주기 길이(cycle length)는 약 200~260 ms이며, AV결절은 이 자극을 대개 2대 1 또는 3대 1 비율로 통과시킨다. 2대 1 전도 시 심실 박수는 약 150회/분에 달할 수 있어 오히려 심방세동보다 맥박이 빠른 경우가 생긴다.
심방조동은 규칙적으로 떨리기 때문에 발작성(paroxysmal)으로 생겼다 사라질 때 환자가 더 뚜렷하게 느낀다. 반면 지속성(persistent) 심방세동 환자가 심방조동으로 바뀌었을 때 증상이 오히려 심해지는 것은 이 이유다.
심전도(ECG)에서는 하방 유도(II, III, aVF)에서 톱니 모양(sawtooth pattern)의 플러터파(flutter wave)가 관찰되며, 올라갈 때 가파르고 내려갈 때 완만한 특징이 있다. 단, 이 패턴이 항상 명확하지는 않다.
❸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다른가
심방조동의 항응고 치료와 혈전 위험은 심방세동에 준한다. 비록 세동만큼 혈전 위험이 높지는 않지만, 충분히 유의미하기 때문에 항응고 치료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한다.
치료의 가장 큰 차이는 시술 효과다. 심방세동의 폐정맥 격리(PV isolation)는 넓은 범위에서 병변을 차단해야 하지만, 전형적 심방조동은 CTI라는 단일 협부만 차단하면 된다. CTI는 카테터가 우심방으로 진입한 뒤 적절히 꺾으면 도달할 수 있는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구조다. 이 부위를 고주파 에너지로 차단(CTI ablation)하면 시술 시간은 1~2시간 수준이며, 성공률이 높고 재발률이 낮다.
심방세동과 심방조동이 동반된 경우에는 두 시술을 함께 시행한다. 반대로 심방세동만 있고 심방조동이 없다면 예방적 CTI 차단은 하지 않는다. 시술 후 심방조동이 새로 발생하면 그때 추가로 치료한다.
비전형적 심방조동(atypical atrial flutter)은 회로가 다양하고 복잡해 전문 전기생리학자(electrophysiologist)가 아니면 시술이 어렵다. 전형적 심방조동이 전체의 약 90%를 차지하므로, 이 맥락에서 논의하는 심방조동은 대부분 전형적 형태를 의미한다.
❹ 심방조동이 심방세동으로 이어진 뒤 더 힘들어진 환자에게
심방세동 시술(폐정맥 격리) 후 심방조동이 발생하거나, 또는 치료 과정에서 심방세동이 심방조동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를 받았는데 왜 더 힘들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두 질환의 전기생리학적 기전이 다르고, 심방조동은 오히려 더 빠른 맥박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 환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불안정(hemodynamically unstable)한 심방조동에서는 전기적 심율동전환을 우선 시행하고, 안정된 경우에는 약물 치료나 CTI 절제술을 계획한다. 항응고 치료는 어느 경우에도 중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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