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담석성 췌장염에서 원인 담석을 즉시 제거하는 것은 원칙이 아니며, 오히려 췌장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담석이 췌관을 막아 급성 췌장염(acute pancreatitis)이 생겼다면, 그 돌을 빼면 해결되지 않을까.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인 치료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 임상 원칙은 반대다.

❷ 담관 내시경(ERCP)이 왜 오히려 위험한가

담도 내 돌을 내시경으로 빼는 시술을 ERCP(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라고 한다. 내시경이 십이지장(duodenum)까지 들어가 담관 입구에 도달하고, 거기서 기구를 넣어 돌을 바스켓이나 풍선(balloon)으로 끌어내는 방식이다.

이 시술 자체가 췌장을 자극할 수 있다. 담관과 췌관은 십이지장으로 합류하는 지점이 같기 때문에, 그 부근에서 기구가 오가면 췌장이 함께 자극을 받아 췌장염이 생기는 것이 알려진 합병증이다.

급성 담석성 췌장염 상태에서 이 시술을 하면, 이미 염증이 있는 췌장에 추가 자극을 가하는 셈이 된다. 이미 불이 난 곳에 바람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게다가 췌관을 막는 담석 부스러기는 대개 작아서 저절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시술 없이 보존적 치료(금식, 수액, 통증 조절)만으로도 대부분 호전된다.

❸ 예외가 있다 — 담도에도 돌이 함께 있을 때

급성 담석성 췌장염이라도 담도석(choledocholithiasis)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담도의 돌을 그대로 두면 담관염(cholangitis)이 생기고, 담관염은 패혈증(sepsis)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췌장을 자극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ERCP로 담도석을 먼저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해결 가능한 더 큰 위협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다.

반면 췌관 쪽 돌만 있고 담도에는 돌이 없다면 ERCP 없이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권고된다.

❹ 그래서

급성 담석성 췌장염의 치료 결정은 단순히 “돌이 있으니 빼자”가 아니라, 담도석 동반 여부라는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원인으로 생긴 병처럼 보여도, 어디에 돌이 있느냐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갈린다.

이처럼 소화기 담췌도 분야는 해부 구조와 합병증 위험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판단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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