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D stage 4, 5에 이르면 콩팥이 인슐린을 분해하는 기능이 저하되어 인슐린 요구량이 줄어들고, 일부 환자에서는 혈당이 오히려 낮아지는 ‘소진당뇨병(burnt-out diabetes)’ 현상이 나타나므로, 이 시기의 치료 목표는 혈당 조절보다 저혈당 방지가 먼저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당뇨병이 오래되면 혈당이 점점 올라가고 약을 늘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경과다. 그런데 콩팥 기능이 심하게 떨어진 환자 중 일부는 인슐린을 오히려 줄여야 하고, 심한 경우 끊기까지 해야 한다. 이 역설적인 상황이 왜 생기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혈당 수치만 보고 인슐린을 줄였다가 저혈당 사고를 낼 수 있다.
❷ 왜 콩팥이 나빠지면 인슐린 요구량이 줄어드는가
콩팥은 두 가지 방식으로 혈당 조절에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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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생(gluconeogenesis): 콩팥 세포는 간과 마찬가지로 포도당을 직접 생성할 수 있다. CKD가 진행하면 이 기능이 감소해 혈당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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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분해(insulin degradation): 혈중 인슐린의 상당 부분은 콩팥 근위세뇨관(proximal tubule) 세포에서 흡수되어 분해된다. eGFR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인슐린 분해 능력이 감소해 인슐린이 혈중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이 두 기전이 맞물리면 eGFR 50 이하에서 인슐린 요구량이 약 25% 감소하고, eGFR 10 이하에서는 절반 수준까지 줄어든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ESRD와 2형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의 약 15~30%)는 CKD가 진행하면서 혈당과 HbA1c가 저절로 낮아진다. 이것을 병이 좋아진 것으로 착각하고 인슐린이나 당뇨약을 줄이면 저혈당이 반복된다. 이 현상을 **소진당뇨병(burnt-out diabetes)**이라 한다.
요독 증상(uremic symptom)으로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것도 저혈당 위험을 가중시키며, 투석 중 포도당 손실이나 반대급부로 증가하는 카운터조절 호르몬(counter-regulatory hormone, 글루카곤 등)에 의해 혈당이 불규칙하게 오르내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❸ 이 상황에서 어떤 약제를 쓸 수 있는가
CKD stage 4, 5에서는 사용 가능한 약제가 크게 줄어든다.
**DPP-4 억제제(DPP-4 inhibitor)**가 이 시기의 현실적 선택지다. 저혈당 위험이 낮고, 체중에 중립적이며, 심각한 부작용 프로파일이 적다. 심혈관 보호 효과는 GLP-1 수용체 작용제보다 약하지만, 안전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이 시기에는 더 중요하다.
eGFR이 낮아도 용량 조절 없이 사용 가능한 약제는 리나글립틴(linagliptin), 제미글립틴(gemigliptin), 테리글립틴(teneligliptin)이다. 이 중 리나글립틴은 거대알부민뇨 진행 억제 효과도 일부 연구에서 확인되어 CKD stage 4, 5에서 선호된다.
saxagliptin(삭사글립틴)은 심부전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심부전 환자에서는 피해야 한다.
설포닐요소제(sulfonylurea)는 사용 가능하나 저혈당 위험이 있어, 글리클라지드(gliclazide)나 글리피자이드(glipizide)를 저용량으로 우선 선택한다.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alpha-glucosidase inhibitor)는 eGFR 25 미만에서 금기지만, 보글리보스(voglibose)는 혈액투석 환자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❹ 인슐린을 써야 한다면 — 목표를 단순화한다
경구 약제로 조절이 안 될 경우 인슐린이 필요하다. 말기신부전(ESRD) 환자에서도 인슐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혈당이 쉽게, 그리고 빠르게 온다는 사실을 항상 전제해야 한다.
이 시기 인슐린 처방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 기저 인슐린(basal insulin)을 야간보다 아침에 투여 — 야간 저혈당 위험을 줄인다
- 혈당 목표를 90
150 mg/dL로 일반 기준(80130)보다 넓게 설정 — 엄격한 조절보다 저혈당 방지를 우선한다 - 식전 인슐린(bolus insulin) 10단위 이하이면 중단을 고려하고, 10단위 이상이면 50%를 감량한다
- 프리믹스 인슐린은 가능하면 기저 인슐린으로 전환 — 저혈당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CKD stage 4, 5의 당뇨 치료는 혈당을 조이는 것이 아니라 조임으로 인한 사고를 막는 것이 핵심이다. 가이드라인보다 임상 판단이 더 많이 개입되는 영역이며, 이 환자를 처음 만나는 의사라면 기존에 어떤 약제가 어떤 근거로 처방되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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