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심박출량이나 혈관 저항이 단순히 높아진 상태가 아니라, 나트륨 배출과 혈압 사이의 균형점 자체가 더 높은 쪽으로 이동한 상태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짜게 먹으면 혈압이 오른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심장이 혈액을 더 많이 내보내거나 혈관이 좁아지면 고혈압이 될까요?
직관적으로는 그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몸은 그런 일시적인 변화를 곧 되돌려 버립니다.
❷ 우리 몸은 혈압을 어떻게 일정하게 유지하는가
혈압(평균 동맥압)은 심박출량 × 말초혈관저항으로 결정됩니다. 인위적으로 이 중 하나를 높이면 혈압이 일시적으로 오릅니다. 그런데 하루이틀 지나면 혈압은 다시 정확히 이전 수준으로 돌아옵니다.
이유는 pressure natriuresis(압력-나트륨 이뇨) 때문입니다. 혈압이 오르면 콩팥에서 나트륨과 수분을 소변으로 더 많이 배출합니다. 혈액량이 줄고, 심박출량이 줄어들면서 혈압이 원래대로 내려오는 것입니다.
즉 혈압은 혈액량과 소변으로의 나트륨 배출 사이의 피드백으로 촘촘하게 조절됩니다. 일시적인 자극 하나로는 고혈압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❸ 고혈압이 생겼다는 것은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고혈압은 이 피드백 곡선 자체가 오른쪽으로 이동한 상태입니다.
정상에서는 혈압이 약간만 올라도 나트륨 배출이 크게 늘어 혈압이 빠르게 내려옵니다. 그런데 고혈압이 되면 같은 양의 나트륨을 배출하기 위해 더 높은 혈압이 필요해집니다. 몸이 더 높은 혈압 상태에서야 비로소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이 이동이 왜 일어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1차성(본태성) 고혈압을 “원인을 잘 모른다”고 표현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안지오텐신(angiotensin)이 높은 상태가 지속될 때 이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는 근거가 가장 많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ACE억제제나 ARB 계열 고혈압약이 안지오텐신을 낮춰 나트륨 배출을 개선하는 것도 이 기전에 근거합니다.
❹ 결국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혈압이 높아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몸이 더 높은 혈압을 ‘정상’으로 여기고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균형점이 오래 지속될수록 심장, 콩팥, 혈관에 누적된 손상이 생깁니다.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그 균형점을 낮은 쪽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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