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혈관 내피세포를 반복적으로 손상시켜 동맥경화(atherosclerosis)를 일으키고, 이것이 결국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혈압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수치가 좀 높은 것”처럼 느껴진다. 별다른 증상이 없으니 위급한 상황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의사들이 혈압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❷ 고혈압이 혈관 내부에서 하는 일
혈액은 혈관 벽 안쪽의 내피세포(endothelial cell)와 직접 닿으며 흐른다. 정상 혈압에서는 혈류가 내피세포를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지만, 혈압이 높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혈압 상태에서 혈류는 내피세포를 반복적으로 강하게 충격한다. 이 기계적 자극이 지속되면 내피세포가 손상된다. 손상된 내피세포는 표면이 끈적끈적(sticky)해지면서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 혈액 속의 단핵구(monocyte) 등 세포가 내피에 들러붙는다.
- 내피세포 사이의 틈이 벌어지면서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 안으로 침투한다.
벽 안으로 들어온 LDL은 대식세포(macrophage)에게 먹힌다. 콜레스테롤을 잔뜩 먹은 대식세포는 거품세포(foam cell)가 되고, 여기에 혈소판(platelet)이 달라붙어 염증 반응을 증폭시킨다. 이 과정이 반복되고, 혈관 벽 안쪽의 평활근세포(smooth muscle cell)까지 이주해오면서 죽상판(plaque)이 형성된다. 이것이 동맥경화(atherosclerosis)의 진행 과정이다.
❸ 동맥경화가 결국 어떻게 끝나는가
죽상판은 두 가지 방식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 협착: 플라크가 커지면서 혈관 내강이 좁아진다. 4차선 도로가 1~2차선으로 줄어드는 것처럼, 혈류가 감소해 허혈(ischemia)이 생긴다.
- 파열: 플라크가 갑자기 터지면 혈전(thrombus)이 형성되어 혈관을 순식간에 완전히 막는다. 심장 관상동맥에서 일어나면 심근경색(MI), 뇌혈관에서 일어나면 뇌졸중(stroke)이다.
고혈압만이 내피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LDL 콜레스테롤 자체도 내피세포를 손상시키고, 흡연 역시 같은 경로로 혈관에 작용한다. 폐 질환과 별개로 흡연이 심혈관 위험을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❹ 결국
고혈압을 치료하는 목적은 혈압 수치 자체를 낮추는 데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을 수 있는 내피세포 손상과 동맥경화를 늦추거나 멈추기 위해서다. 증상이 없어도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다면 혈관은 서서히 손상되고 있다.
약을 먹든 생활요법으로 낮추든, 혈압이 실제로 낮아지면 이 손상 과정이 줄어든다는 점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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